김포공항과 청주공항의 은행영업점 및 환전소 운영 사업권 입찰이 난항을 겪고 있다. /뉴시스
김포공항과 청주공항의 은행영업점 및 환전소 운영 사업권 입찰이 난항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은행·환전소 없는 공항?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다. 그런데 어쩌면 김포공항과 청주공항에서 은행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최첨단 기술이 도입돼 은행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임대료로 ‘공실’이 발생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김포공항과 청주공항의 은행영업점 및 환전소 운영 사업권 입찰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존 사업권 계약이 곧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입찰에 나선 은행이 없어 모두 유찰됐다.

사업권 입찰이 진행 중인 곳은 국내선A, 국내선B, 국제선 등 총 세 구역이다. 첫 번째 입찰에선 국내선A·B구역에 대해서만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국제선 구역의 경우 아예 입찰에 나선 은행이 없다. 공개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최소 2곳 이상의 은행이 참여해야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데, 한 곳만 참여하면서 국내선A·B구역 입찰도 유찰됐다.

이후 재입찰이 진행됐지만, 이번엔 아예 신한은행마저 발을 빼는 등 어떤 은행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높은 임대료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A·B구역의 최저 입찰가를 부가세 포함 약 150억원으로 설정했다. 국제선 구역도 약 130억원에 달한다. 공항에서 얻는 홍보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적자 부담이 지나치게 큰 임대료다.

실제 은행권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애초부터 최저 입찰가를 너무 높게 설정해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의 공항 환전 수수료 인하 압박 역시 은행권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한국공항공사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은행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진 않다. 과거의 양상은 지금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공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은행권이다. 불과 5년 전에도 우리은행이 총 250억원을 쏟아 부어 국내선A·국제선 구역을 손에 넣은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공항공사와 은행권의 힘겨루기가 자칫 공항이용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입찰을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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