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일명 ‘마스크 볼캡’을 둘러싼 한세엠케이와 듀카이프 간의 표절 시비가 좀처럼 매듭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는 마스크 볼캡 ‘원조’를 주장하는 듀카이프 측 대표가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서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듀카이프 주장대로 한세엠케이가 이 회사 제품을 베꼈는지 판가름할 자격도, 능력도 기자에겐 없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라는 이유만으로 듀카이프의 편에 설 생각도, 그렇다고 골리앗격인 한세엠케이의 편을 들어줄 생각은 더더욱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둘 다 잘못했네’라며 양비론을 펴겠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 중립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나름의 합리적 기준을 근거로 시시비비를 따져보는 것 역시 기자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표절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한세엠케이 측 책임이 더 큰 게 아닌가 싶다. 표절 여부도 여부지만 대응 강도에 있어 소극적이던 듀카이프를 ‘1인 시위’, ‘불매운동’이라는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게 만든 건 한세엠케이 자신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듀카이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한세엠케이로부터 내용증명이 날아들었다. 언론 제보를 멈추지 않는다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경고장이었다. 기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내용증명은 받아든 이로 하여금 상당히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더구나, 불과 일주일 전 문제 해결을 위해 양사가 미팅을 가졌던 만큼 대형로펌 명의의 내용증명을 받아든 듀카이프의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테다.

또 두 회사가 미팅을 가졌던 지난달 14일은 듀카이프가 예고한 ‘한세엠케이 규탄 시위’ 하루 전이다. 대화 제안이 시위를 보류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듀카이프 측 주장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대목이다. 이후 대형로펌을 내세워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을 보고 있노라면 “한세엠케이의 처사는 법을 이용한 전형적인 사회적 약자의 입에 재갈 물리기”라는 듀카이프의 주장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 진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행여나 내용증명으로 듀카이프가 표절 주장을 철회하기를 바랐다면 한세엠케이는 큰 오산을 한 셈이다. 요즘처럼 ‘갑을’ 문제가 민감해진 세상에서 대화를 통한 좀 더 인간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더라면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해소됐을지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법치주의 국가일지라도 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속세의 교훈을 늦게나마 깨우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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