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왼쪽부터)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연일 논란이다. 기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고, 다음날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소동이 일었다. 기재부는 소 취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특히 사실이 아니라면서 비밀을 누설했다고 고발하는 것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 신 전 사무관 역시 진정성과 별개로 폭로한 내용이 공익제보인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양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면서도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신재민의 폭로, 무엇으로 볼 것인가?

신 전 사무관과 기재부의 법적 쟁점은 꽤 복잡하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무상 비밀이란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업무 중 불법한 행위를 지시하거나 강요할 경우 이를 폭로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하는 내용은 청와대의 KT&G 인사 개입과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는 것. 우선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도 과정상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조사를 통해 밝힐 부분이다. 다만 통상 법원은 이 같은 정도의 내용은 불법행위로 보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신 전 사무관이 분명 대외비 문건이나 비공개 정보를 유출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대외비 문건을 유출했다고 해서 무조건 죄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누설된 내용이 사실인지,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는 내용인지 등을 판단해 공무상 비밀누설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즉 폭로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또는 사실이더라도 국가의 기능을 위협할만한 비밀이 아닌 경우 죄를 묻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재부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신 전 사무관이 중책도 아니었기에 정확한 내용을 알 수도 없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사실이 아니라면서 비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사실 여부를 떠나 신 전 사무관이 자신의 위치에서 취득한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폭로하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의 이 같은 주장이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판단하는 법리로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앞서 언급한 대로 해당 내용이 국가의 기능을 위협할만한 비밀로 판단되지 않는다면 역시 처벌할 수 없다.

물론 신 전 사무관에게 유죄가 인정될 여지도 있다. 신 전 사무관은 폭로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폭로를 해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 전 사무관이 자신 스스로 유죄를 주장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을 지라도 공익적 목적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동엽(가운데)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장이 2일 오후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엽(가운데)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장이 2일 오후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공무상 비밀? 공익제보? 둘 다 모르겠다”

하지만 ‘공익제보’라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공익제보의 경우 명백한 불법행위를 폭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익제보자 후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사회를 변화시킨 공익제보’에 따르면 ▲전두환 정부 보도지침 사건 ▲국군보안사령부 민간인 불법사찰 양심선언 ▲군대 내 부재자투표 부정선거 고발 ▲삼성 비자금, 검찰 떡값 제공 제보 ▲해군본부 군납비리 제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최초 고발 ▲서지현 검사 미투 폭로 등이다.

그러나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규정된 침해행위 중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오상석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방식이나 내용이 과거의 내부고발이나 공익제보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 전 사무관의 폭로와 기재부의 고발 행위가 양측 모두 소득 없이 해프닝으로 끝날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율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폭로 내용이 비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명예훼손 정도가 고려될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양측의 주장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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