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 주요 당권주자들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하자 당권주자들이 '선수를 감독해야 할 심판이 경기에서 활약하는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전당대회 출마를 예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안상수 의원은 23일, 김 비대위원장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한국당 핵포럼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시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상 가능하지 않은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대위를 끝까지 책임지고 전당대회가 무사히 치러져서 한국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마무리를 잘하는 게 그분의 제1소임”이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김 비대위원장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황 전 총리 역시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시사에 대해 “본인이 지혜롭게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같은 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김 비대위원장 전당대회 출마가) 흔히 말하는 대로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을 관중들이 감동하겠냐”고 말했다.

◇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불가 이유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전당대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감독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감독인 비대위원장이 돌연 출마를 선언할 경우 관리 책임자가 사라지게 된다. 추가로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면 해결되지만 그동안 전당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비대위원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든 뒤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만든 세부 규칙을 최종 의결하는 곳은 비대위다. 이에 비대위원장이 본인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게 한 뒤 출마선언할 경우 공정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주요 당권주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김 비대위원장은 오는 24일,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그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20년 총선을 잘 치러야 하는데, 과연 공세적으로 치를 지 어떤 프레임 속에서 수세적으로 치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깊다.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된 내일(24일) 비대위 회의가 끝나고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