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입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입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야권은 정부가 24조원 규모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주 내용은 측근 밀어주기라거나 현 정부가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토건사업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도부의 비판과 달리 지역구 의원 개별적으로는 정부의 예타 면제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등 지역 숙원사업에 대한 예산이 내려오면 내년 총선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표를 호소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예타 면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매표행위"라며 "이는 측근의 지역을 밀어줘 집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 지방자치단체장 순서대로 결정됐다는 얘기가 벌써 파다하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예타 면제를 통해 '단기 경기부양에 급급'할 일은 아니다"라며 "내수경기회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토건사업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거나 지역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올바른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예타 면제를 받게 된 사업은 총 23곳 24조1,000억 규모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에 분배됐다.

이번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의 잠정적인 액수는 경남이 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충북 1조5,000억, 울산 1조2,000억, 대구 1조1,000억, 전남 1조1,000억, 전북 1조, 경기 1조, 강원 9,000억, 충남 9,000억, 부산 8,000억, 세종 8,000억, 대전 7,000억, 경북 4,000억, 제주 4,000억, 인천 1,000억원 등이다.

이를 놓고 지역별로 차별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경남에 가장 많인 예산이 편성된 것에 대해 경북과 호남에서 불만이 크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호영(대구·수성을) 한국당 의원은 "다시 안한다는 SOC를 무려 24조나 하면서 대구·경북은 합쳐서 1조 7,000억이 갔는데, 경남만 4조 7,000억이 갔다"며 "이게 결국 자기편 시도지사를 돕고, 내년 선거 도움을 받으려는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쁜 놈 떡 하나 더 주겠다고 측근 정치인에겐 큰 떡을 골라주기까지 했다"면서 "한마디로 4조 7,000억원 확정된 경남은 '잭팟' 터진 로또고 이미 이명박 정권에서 조차 예타 면제가 결정된 전북은 고작 1조"라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 가운데에서도 예타 면제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혜를 입게된 지역 중심이다. 여당은 물론 야권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여당과 가장 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한국당 의원은 태안군 국도77호선 확장사업이 예타 면제된 것에 대해 "본 공사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국비를 확보해 공사 착공을 앞당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우(경기 포천) 한국당 의원도 "포천철도와 제2경춘국도 사업이 모두 예타가 면제됐다"라며 "저의 지역구인 포천, 가평에서 겹경사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예산 문제에 대해서 지도부와 개별 의원의 입장이 다르게 나오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정부 예산안 심사를 놓고도 야권은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등에 대한 대폭 삭감을 주장하면서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예산안이 처리되면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확보한 지역예산을 홍보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지역예산을 따내면 이를 지역구민에게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히 SOC 사업은 지역구 의원들의 대표적인 치적이다. 이를 이중적이라고 비판만 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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