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16:25
법정 서게 된 양승태, ‘모르쇠’ 전략 바뀔까
법정 서게 된 양승태, ‘모르쇠’ 전략 바뀔까
  • 조나리 기자
  • 승인 2019.02.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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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검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창 브리핑룸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검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창 브리핑룸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간 만료 하루를 앞둔 11일 결국 기소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중대 범죄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된 데 이어 재판까지 넘겨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까지 혐의 전부를 부인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태도가 오히려 구속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변호인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후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향후 재판에서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 검찰 “양승태, 상고법원 도입 위해 청와대와 교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가장 먼저 구속돼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날 ‘판사 블랙리스트’와 관련,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됐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이다.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범죄사실도 47개에 이른다. 검찰은 이에 대해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으로 범주를 나눴다.

주요 혐의는 우선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고의지연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정부의 요청에 따라 선고 재판을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 선고 결과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본 전범기업 쪽 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나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해당 재판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도 양 전 대법원장의 중대 혐의 중 하나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판사들에게 불이익 처분을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대법원이 2012~2017년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을 작성하고 문책성 인사조처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문건에 포함된 법관은 2013년 2명, 2014년 4명, 2015년 6명, 2016년 12명, 2017년 7명 등 총 31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양 전 대법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재항고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전국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대부분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법정 서게 된 양승태, 법정공방 이미 예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 및 해외 법관 파견 등의 이익을 얻고자 청와대를 상대로 재판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들 모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첫 검찰 조사는 물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구속 후 이뤄진 구치소 조사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또한 검찰 조사를 거부하거나 출석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수십여 개의 혐의를 부인하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들이 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후배 법관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 진술’이라거나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이규진 업무수첩’은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소 황당한 양 전 대법원장의 대응이 오히려 증거인멸 우려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좀 더 법리적인 방어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 직전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며 치열한 법정다툼을 예고했다. 새로 선임된 변호인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변호를 맡았던 이상원(50) 변호사다. 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8년 서울고법 판사로 재직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준우 사무차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지 쉽사리 예상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앞선 때처럼 무조건 ‘모르쇠’ 전략으로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비서실상 역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면서 “때문에 일부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다거나 일부는 증거부족, 일부는 행위 부인 등으로 구체적인 사유로 부인할 것 같다. 전부 다 유죄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선고 가능 형량 중 가장 무거운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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