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위해 마이크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 /뉴시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위해 마이크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의겸 대변인과 취재진의 질의응답 중 웃음이 터졌다. 노동신문에 ‘고르디우스 매듭’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김의겸 대변인이 한 차례 비유로 들었던 바 있다.

고르디우스 매듭이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잡한 매듭으로, 아무도 풀지 못했던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끊어버렸다고 전해진다.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를 단순명쾌하게 해결했다는 뜻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북미 간 쌓여온 불신과 복잡한 비핵화 단계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담판을 짓는다는 의미에서 사용했었다.

노동신문이 칼럼에서 김 대변인이 사용한 ‘고르디우스 매듭’을 참고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 4불’ 입장 등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칭송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분 취지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도 “의미가 다를 수 있는데 결국 지도자의 결단, 정상 간의 통 큰 합의를 통해 꼬여있는 북미 간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하는 점에 있어서는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김 대변인에게 있어 다소 특별할 수 있는 어구다. 약 1년 전 취임한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소통과 토론을 위해 아침 6시 30분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른바 ‘0630 브리핑’으로 불렸다. 당시 김 대변인은 현장감있는 설명을 위해 비유를 자주 사용했다. 이제 막 취임해 설익었다는 의미에서 자신을 ‘미사리 조용필’이라고도 표현했다.

하지만 당시 나눴던 대화 내용들이 이른바 ‘청와대 관계자’발로 기사화되는 것에 부담을 가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남북미 대화가 막 시작되는 살얼음판 상황이어서 그 정도는 상당했다. 그러던 와중 자신이 말한 ‘고르디우스 매듭’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됐고, ‘0630브리핑’을 폐지하게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후 김 대변인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청와대 정례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다. 보도도 ‘청와대 관계자’가 아닌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바꾼 만큼, 최근에는 비유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고르디우스 매듭’이 김 대변인에게는 추억이자 애증인 셈이다. 이날 질문한 기자는 “대변인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이라고 표현해 한 차례 더 웃음이 나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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