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 뉴시스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2월 임시국회 일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표류하고 있다. 의원 외교를 위해 미국을 함께 다녀온 여야 대표단은 방미 기간 중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주에 국민이 납득할만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미국 방문 중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법개혁안, 상법 개정안처럼 민생개혁에 꼭 필요한 법안들과 선거제도 개혁안을 묶어서 3월 안에 패스트트랙을 걸어서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거부를 해도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4당 공조 체제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1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론을 내놓지 않은 정당은 한국당이 유일하다. 때문에 여야4당이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한국당을 압박해 선거제 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관련 상임위원회인 정개특위 위원 5분의 3의 동의를 받으면 추진할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정미 대표의 제안에 대해 “방법이 없다면 그런(패스트트랙 지정) 안까지도 열어놓고 검토를 해보자”는 취지로 긍정적인 답을 했다고 한다. 이정미 대표는 “민주평화당은 정의당과 같은 입장을 얘기하셨고, 바른미래당도 당 지도부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달했다.

◇ ‘패스트트랙’으로 한국당 압박

평화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패스트트랙 카드’가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에는 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은 한국당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지만, ‘5·18 망언’ 논란 이후 한국당이 정치적 ‘고립무원’ 상태에 놓이면서 여야4당의 공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오던 바른미래당도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 창당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에서 패스트트랙 얘기도 나오는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진행되는 과정에 따라 두고 볼 일”이라며 “패스트트랙을 걸어 앞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치 현안으로 올려놓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언급한 ‘비상한 결단’의 구체적인 내용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포함한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정개특위 위원장-여성단체 대표자 간담회’에서 “이번 주에 국민이 납득할만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여전히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외면하는 데 대해 정치권이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 위원장은 “그동안에는 선거제도는 룰이니까 이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당의 합의로 제도를 만들었지만, 합의라는 원칙을 악용해서 끝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당이 함께 참여해서 합의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결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민사회에서의 여러 목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을 제외하고도 선거제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취지다.

심 위원장은 국회 방미단 귀국 이후 각 당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실천방안·의지를 담은 입장문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언급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민주화를 이뤘다면, 앞으로 30년 새로운 민주주의는 새로운 선거제도와 정치제도가 필요한데 그게 연동형 비례제다. 그만큼 절박하고도 중요한 의제인데도 정치권은 이를 간과하고 당리당략적으로 행동하는 게 개탄스럽다”며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는 게 지금 이 시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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