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자 '재판 불복'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자유한국당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놓고 2년이 지나 정당성 논쟁에 불을 지폈다. 입법부인 국회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자 '재판 불복'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자유한국당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놓고 2년이 지나 정당성 논쟁에 불을 지폈다. 입법부인 국회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명분은 다르지만 똑같이 사법부를 흔들고 국민들로부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자 '재판 불복'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한국당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놓고 2년이 지나 정당성 논쟁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탄핵은 우리 국민이 이뤄낸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고, 헌법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이 이뤄졌다"며 "황교안 전 총리가 당시에 담화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다가 이제 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황 전 총리의 "객관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탄핵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언급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김 지사 1심 판결문을 비판하는 간담회를 열었고, '사법 농단' 의혹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는 전날 김 지사 1심 판결문을 자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으며, '현직 도지사를 직접적인 물적 증거 없이 법관의 추론에 따라 법정구속 한 것은 지나쳤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한국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의 '김경수 구하기'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차기 당권주자들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들이 커지면서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김경수 재판에 불복하면서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사법부에 선전포고를 했다"며 "도가 지나치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김경수 구하기' 혈세 퍼붓기에 온 총력을 다 하고 있다"면서 "한국당은 특감반 TF와 김경수 재판 TF는 계속해서 가동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당 2·27 전당대회 2차 TV 토론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불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권주자인 황교안 후보와 김진태 후보가 탄핵이 타당하지 않다면서 불복 의사를 밝혔는데, 당초 한국당이 헌재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던 당론을 당권주자들이 허무는 모양새를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같은 사법부의 판단을 부정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결국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최근 한국당의 5·18 발언 논란으로 반사효과를 받기 전까지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였다. 한국당 당권주자들은 당내 친박 및 태극기부대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사법부 신뢰도도 문제

여야가 지지층을 결집해 사법부를 흔들기 전부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이미 낮아진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처리를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사법부를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공정한 재판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1.9%로 집계됐다. <조사의뢰 CBS. 조사기간 10월26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5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6.9%>

이런 상황에서 입법부인 국회마저 사법부를 공개 비판하면서 삼권분립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이미 국민 신뢰도 최하위권을 기록한 바 있는데, 사법부마저 흔들릴 경우 이미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청와대와 행정부의 권력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치를 훼손하고, 삼권분립을 뿌리체 흔드는 민주당의 오만한 권력남용을 보면서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여당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라며 "(한국당은) 국회를 열어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건질 생각은 추호도 없고, 오로지 당권쟁취와 역사를 과거로 돌리려고 하는 생각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