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21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경수 여론조작 판결 분석 대토론회'에서는 법원의 1심 판결이 타당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뉴시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21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경수 여론조작 판결 분석 대토론회'에서는 법원의 1심 판결이 타당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법원이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1심 구속판결을 내린 것을 놓고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도시자를 직접적인 물적 증거 없이 법관의 추론에 따른 법정구속 한 것은 지나쳤다"고 반발하며 '재판불복'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타당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특히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판결문에 적시된 '~로 보인다'라는 표현을 놓고 '추측성 판결'이라는 반박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변호사(전 서울북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김경수 여론조작 판결 분석 대토론회'에서 "여러 간접사실(정황사실)의 입증을 통해 주요 사실을 추인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추인한다'를 풀어쓴 '본다거나 보인다'는 표현은 증거법상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법조계나 선대 법조인은 추인한다는 표현을 직접 썼지만 요즘은 추인한다는 말보다는 풀어쓴다"라며 "이것을 놓고 판사가 점쟁이라거나 추측하는 사람이라는 비난은 잘못된 공격"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직접 증거에 의한 판단이 아니다'라며 판결에 반박하는 것에도 반박했다. 법원이 판결문에 2016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연도별로 김 지사와 드루킹과의 관계를 둘러싼 22개의 정황사실을 정리함으로써 핵심쟁점인 '김 지사는 킹크랩을 알고 있었나' 부분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헌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도 "이번 판결은 '소추가 없으면 심판이 없다'는 형사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소송법상 법원은 원고가 심판을 청구한 때만 심리를 개시할 수 있고, 심판을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리 ·판결)에 따라 특검이 기소한 범위에 갇혀버린 한계가 있으나, 소송제도상 한계 내에서 이번 판결에서 설명한 사실과 법리는 그 내용과 논리 전개의 치밀함과 방대함에 있어 나무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1심 판결을 놓고 재판불복 및 김 지사 보석석방, 법관탄핵 추진 등 여론전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셌다. 또한 이같은 집권당의 행보가 결국 사법부를 압박할 것이고, 이는 향후 항소심이나 대법원 판결에서 1심이 '법리'가 아닌 여론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일부 집권여당의 인물들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자신의 대선 후보 측이 관여했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사실과 법리를 왜곡하거나 쟁점이 아닌 지엽적인 사항을 문제삼아 김 지사 판결을 폄훼하고 국민들에게 허위·선동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환 변호사(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항소심에서 판결을 논리로는 뒤집기 어렵다고 본다"라면서도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보석석방이 되면 일단 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이때가 민주당이 '죄가 없으니 보석석방했다'는 역공을 펼치는 적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심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이 남는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절반 가까이 (대법관이) 개편이 됐다"며 "대법원 판결에서 어떤 논리를 동원해서라도 1심 판결이 뒤집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에 대한 보석석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8일 "김 지사가 20일쯤 구속적부심(구속이 적법한지 판단하는 심사)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정상적 판단이라면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도정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집권당이 김 지사의 보석신청 일정을 공표하고 1심 판결에 대해 앞장서서 '불복'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법조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상철 변호사는 "법조계 내에서도 판결문 분석을 통한 판결에 대한 판단의 적정성에 대해 일정한 비판은 허용된다"라면서도 "증거자료와 당사자들의 생생한 언동을 직접 접하지 않은 제3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법조인이라도 판결문만을 봐서는 비판이나 비평을 하는 것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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