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북미협상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다시 살얼음판이다. 협상 테이블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북미 양측 어느 쪽도 양보의 기미는 없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안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하자,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인터뷰를 통해 “협상의 핵심은 빅딜을 북한이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양측의 이견 차가 큰 것이 확인됨에 따라 자타공인 ‘수석 협상가’인 문재인 대통령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 협상 분위기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3.1절 기념사와 NSC 전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양국 간 대화로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 낼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출발점은 이번 협상의 결렬된 원인인 ‘플러스알파’에 대한 확인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 적어도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대해서는 북미 간 이견이 없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확한 내용을 살피기 위해 외교부는 5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 측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볼 예정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플러스알파’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 파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기존 남북합의 이행을 재차 강조하고, 남북경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가기로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공동선언의 주요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방안을 마련해 미국과의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평화분위기 조성을 통해 냉각기를 최소화하고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 대북특사·남북정상회담 가능성

하지만 북미 간 협상타결까지 넘어야할 고비가 적지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정가 상황이 녹록치 않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과정 비위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미 간 ‘빅딜’이 아니고서는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자체를 결렬시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간 북미협상을 전담했던 온건파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대신해 강경파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나선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정치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협상시점을 잡아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달래는 것도 문 대통령이 고려해야할 사항 중 하나다. 최고지도자의 무결성을 중시하는 북한 체제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 손상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도 얼마든지 협상 테이블을 깨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중재안 마련 보다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가장 시급한 것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달래주고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해주는 것”이라며 “물밑 대화와 특사를 보내 분위기를 잡고 4~5월 경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빨리 대화를 재개시키지 않으면 한반도에 다시 한 번 전쟁의 그늘이 엄습해온다. 대화 테이블에 북미를 다시 나오게 할 사람은 세계에서 문 대통령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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