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알릴레오'에서 한 공수처 관련 발언이 야당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알릴레오'에서 한 공수처 관련 발언이 야당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야당이 막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공수처 신설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내부에서도 조 수석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추후 사법개혁 논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가 된 발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알려졌다. 조 수석은 ‘알릴레오’에 출연해 유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공수처는 촛불 혁명의 요구인데 현 국회는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돌리는 취지로 답했다. 촛불시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 전에 구성된 20대 국회는 촛불시위 이후의 민심이 담기지 않은 상태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또 조 수석은 자신이 지난달 공수처 설치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 및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이 반대 의사를 표하자 “야당이 ‘국회의원 포함이 옳다’고 반발해 참 다행이다.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으니 야당이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공수처법이 만들어지면 여야 모두 막론하고 수사할 것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 청와대도 있다”고 덧붙였다.

◇ 야당 “촛불혁명 이용한 협박”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애초부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해왔던 자유한국당도 기존 입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 설치는 청와대가 칼을 차겠다는 것으로, 우리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양수 원내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도 “조 수석의 발언은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 호위부’로 기능할 것임을 선전포고하는, 야당에 대한 겁박으로 들린다”고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조 수석이 유튜브에 나와 공수처 관련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처신하니 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며 “정부에는 소관부처가 있는 바 응당 법무부장관이 중심이 되고 집권 여당이 책임감을 가지고 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해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의 비서가 대중을 향해 국회를 조롱하는 행태는 본분도 망각한 것이며, 도가 지나쳐도 크게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 사개특위 검찰경찰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검경소위원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 문제 등 검찰 개혁 법안은 이미 정부안이라는 입장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사개특위 검경소위에서 7차에 걸쳐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며 “검경소위 위원장으로서 제안 드린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 검경소위에 의자 하나 놔 드릴 테니 국회에 출석하여 말씀하시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분이 인터넷을 활용해 여론몰이에 나서 야당을 자극하고 국회를 농락하는 모습이 오히려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뜻은 아닌지, 개혁 대 반개혁의 정치 프레임을 위한 것은 아니지 묻고 싶다”며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사개특위 산하 검경소위는 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소위원회다. 야권 관계자는 “사개특위 내에서도 조 수석의 발언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해 이후 논의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 법안을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에 제안해둔 상태다.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회동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로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이는 연석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한국당을 배제한 패스트트랙 논의는 추후 입법 과정에서 큰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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