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 현대차그룹에 주주제안을 한 것과 관련, 현대차노조가 성명을 내고 엘리엇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뉴시스
엘리엇에 현대차그룹에 주주제안을 한 것과 관련, 현대차노조가 성명을 내고 엘리엇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오는 22일 예정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 노조와 엘리엇 간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엘리엇은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 등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추천한 바 있다. 또한 주당 2만원대의 배당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현대차노조도 엘리엇의 제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 엘리엇 vs 현대차그룹, 사외이사 후보 이견 ‘팽팽’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말 주주제안을 통해 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 등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추천하고, 주당 2만원대의 배당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3사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한 주주제안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측은 특히 주주제안과 관련해 반대입장을 표했다.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로 추천한 로버트 랜달 맥귄 후보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추천한 로버트 앨런크루즈 후보가 경쟁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사측은 “사외이사 후보들이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 자사는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사외이사 후보군 80여 명의 풀을 운용 중”이라며 “시장과 주주로부터 존중받는 사외이사를 합류시켜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주주총회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외이사 추천과 관련,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의견을 냈으나,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가 지지한 후보 2명은 존 Y 리우 베이징 사범대 교육기금 투자위원회 의장과 현대차그룹이 반대한 로버트 랜달 맥귄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이다.

현대차는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상태다. ISS는 윤 부회장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다. 현대차그룹 측은 ISS의 의견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 현대차노조, 우리사주 매입제 요구

결국 지켜보던 현대차 노조가 엘리엇과 사측을 향해 쓴 소리를 내놨다. 노조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엘리엇은 ‘먹튀 배당’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개별 영업이익이 593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의 경영위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엘리엇은 주당 2만1,967억원 씩 총 4조5,000억원과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며 현대차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엘리엇은 현대차 경영상태 문제제기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거론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부가가치와 공헌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노동배제적 태도”라며 “현대차 44.5%, 현대모비스 46.4%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으로 인해 앞으로도 악질적 요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우리사주 매입 선택제도 도입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이 우호지분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사주 매입제를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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