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주용현 기자]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와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가 손을 잡고 창업 재도전 문턱을 낮췄다. 기존엔 채무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예비 재창업자는 중기부의 재창업 지원정책인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 지원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 할 수 있게 된다. 통상 2개월이 걸리는 신복위의 채무조정 절차와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의 사업성 심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 

정부는 작년 9월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7전 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며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재도전 성공 패키지는 이러한 의지를 얼마나 담고 있을까.

중기부가 '7전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창업 지원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이를 위해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선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작년 6월 '재도전 한마당' 행사에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다./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가 '7전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창업 지원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이를 위해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선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작년 6월 '재도전 한마당' 행사에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다./뉴시스

◇ 채무불이행자도 기회를… 지원 문턱 낮춘 재도전 성공 패키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는 사업실패로 폐업한 예비 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3년 이내인 기업의 대표자를 대상으로 한다.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성실한 실패’는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시행된 정책이다. 해당 정책 수행기관인 창진원은 우선 폐업된 기업이 분식회계‧고의부도‧부당해고 등이 있었는지 검토한 후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진행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올해부터 채무불이행자에게 지원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채무불이행이 있는 창업자는 지원을 할 수 없었다. 

중기부는 지난달 14일 사업·기술성이 있어도 신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창업자를 위해 신복위 채무조정과 중기부 재도전 패키지 사업을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 ‘1+1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복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조정합의서를 체결하지 않고도 재도전 성공 패키지와 채무조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창진원과 신복위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재도전 패키지 지원자로 선정된 예비 재창업자를 위해선 다각적 지원책이 마련돼있다. 우수한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된 재창업자에게는 재창업 교육과 멘토링을 지원한다. 별도 평가를 통해서 창업활동 공간도 제공 받을 수 있다. 

시제품을 제작하고 마케팅을 하기 위한 지원금도 8개월간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그 후 평가를 거쳐 5개월간 2,000만원 내외의 후속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금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건 아니다. 재창업자는 대응자금으로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등을 현금(5% 이상)과 현물(20% 이하)로 전체 사업비의 최소 25%를 부담해야 한다. 

재도전 성공 패키지와 별개인 신복위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두 가지 ‘워크아웃’이 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90일 이내인 총 채무액 15억원 이하 과중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다. 연체가 3개월을 넘은 경우에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 할 수 있다.

신복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프리워크아웃은 ‘정상적으로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채무자’만 지원할 수 있고, 개인워크아웃은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채무상환이 가능하다고 심의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채무자’라고 신청 요건을 안내하고 있다. 두 가지 워크아웃 모두 채무상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셈이다.

근로소득이 당장 없더라도 워크아웃을 지원할 수 있다. 신복위 관계자는 “근로소득이 없는 창업 희망자는 소득에 관한 진술을 참고한다”며 “당장은 가족이나 지인이 채무 상환을 돕겠다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의 채무 조정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채무감면 △상환기간연장 △변제유예가 있다. 신복위의 기준에 따라 취약 계층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프리워크아웃 무담보 채무는 이자가 전액 감면되고, 개인워크아웃은 연 이자율을 5%부터 10% 이내로 조정 받는다. 유예기간이 설정되면 연 이자율 2%를 적용받는다.

신복위 관계자는 “통상 채무조정합의서 체결까지 2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신청은 상시로 접수되기 때문에 언제든 채무조정 요건에 해당하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창업진흥원이 업무협약을 맺어 재도전 성공 패키지 지원 문턱을 낮췄다. 기존에는 채무불이행자가 채무조정합의서 체결이 안된 상태로 재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못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예비 재창업자의 활로가 펼쳐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신복위와 창진원의 업무협약식 모습이다. /중기부
신용회복위원회와 창업진흥원이 업무협약을 맺어 재도전 성공 패키지 지원 문턱을 낮췄다. 기존에는 채무불이행자가 채무조정합의서 체결이 안된 상태로 재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못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예비 재창업자의 활로가 펼쳐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창진원과 신복위 업무협약식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

◇ 재도전자 창업에 집중토록... 채무변제 유예 ‘2년’, 사업비 부담 ‘5%’

중기부와 신복위의 ‘1+1 성공 패키지’로 인해 채무불이행자도 재창업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4년간 104명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재도전성공 패키지 지원 요건을 갖추지 못해 탈락했다. 중기부 재기지원과에 문의한 결과, 탈락한 지원자들이 신복위 채무조정 프로그램 적격자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신복위의 워크아웃 신청은 상시 가능하고, 올해 재도전 성공 패키지 신청은 1차(245명)와 2차(45명)에 거쳐 진행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예비 재창업자는 신복위의 채무조정 절차를 먼저 받는 것이 수월 할 수 있다. 창업 아이템이 좋더라도 ‘사업성’에 대한 평가는 채무조정 절차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채무조정합의서 체결에 실패하면 창업 아이템 심사 통과와 상관없이 탈락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 

신복위 관계자는 “1+1 성공 패키지 신청자도 다른 채무조정희망자와 동일하게 심사된다”며 “사업성 등 전문 분야는 창진원에서 심사하는 것이라 (신복위는) 연체된 채무에 대해서 채무조정 가능한지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재기지원과 담당자는 “다만 채무조정의 우선권 정도는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의 조정 방법 △채무감면 △상환기간 설정 △변제유예 중 법인 운영 실패 경험이 있는 재창업자는 최대 2년 유예기간을 받을 수 있다. 법인 운영 실패시 채무액이 커 변제액을 내며 재창업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복위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신복위가 지원하는 중소기업인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같이 재도전 성공 패키지 연계를 통한 채무조정 희망자도 최대 2년의 변제 유예기간을 체결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인 운영 이력이 없는 재창업자는 초기에 유예기간을 받기 어렵다. 다만 창업활동과 병행하다 매월 변제액을 못 내는 경우에는 사후에 유예기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신복위 관계자는 전했다.

재창업 희망자가 채무조정과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성공적으로 통과할 경우, 1년차(약 8개월) 동안 사업화 지원을 받을 후, 2년차(약 5개월) 연계지원으로 재창업에 몰입할 수 있는 ‘숨통’이 확보되는 셈이다.

채무조정합의서가 체결되더라도 ‘자기부담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예컨대 6,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예비‧재창업자 대응자금’ 2,000만원이 필요하다. 대응자금은 인건비‧사무실 임차료‧기자재 등을 포함한 현금과 현물 25% 이상이다. 

하지만 실제 부담금은 이보다 훨씬 낮은 5% 수준으로 확인됐다. 창진원 관계자는 “현물 20%는 대부분 예비 창업자의 인건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최대 지원금 6,000만원을 기준으로 현금 400만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화를 돕는 정부 사업(정책)은 대응자금 30%가 대부분이지만, 재창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25%로 대응자금비율을 낮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 기업의 5년 생존률은 27.5%에 불과하다. 추가 사업 자금을 수혈 받지 못하면 대부분은 폐업 수순을 밟게 된다. 창업지원정책에 후속 지원책 연계 및 장기적 시각이 요구되는 배경이다./그래픽=뉴시스
창업 기업의 5년 생존률은 27.5%에 불과하다. 추가 사업 자금을 수혈 받지 못하면 대부분은 폐업 수순을 밟게 된다. 창업지원정책에 후속 지원책 연계 및 장기적 시각이 요구되는 배경이다./그래픽=뉴시스

◇ ‘데스 벨리’ 넘지 못하면 ‘도로묵’ 될 수도

창업 기업의 생애주기를 고려했을 때, 재창업 기업에 대한 후속 연계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창업기업 생존주기’에 따르면 2010년 창업한 기업의 5년 생존률은 27.5%로 OECD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창업지원 정책 수혜자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창업 초기 1년까지는 교육, 장소, 자금 등 많은 지원이 있지만, 바로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사업이거나 시제품을 미리 만들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 돈을 끌어다가 도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다행히 3년차까지 지원을 받더라도 제품 양산 과정에 드는 비용은 (개발과 판로 개척 등으로 인한 기간으로) 2년동안 매출이 없어서 대출이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확인 할 수 있다. 

창업 기업은 약 3년차부터 7년차까지 사업화 단계까지 투자확보와 판로모색 등으로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겪는다. 이를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연계 지원책도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 창업지원정책 수혜자들은 사업화 지원이 부족하다고 봤다. 중기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7 창업지원실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지원정책 만족도 조사 결과, ‘정책자금’과 ‘사업화 지원’ 항목이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8년 8월자 간행물 ‘기술기반 창업 활성화 지원정책의 현재와 시사점’에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 중 78%는 예비‧초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창업 초기 지원에는 지원책들이 즐비해 있지만, 후속 연계에 대해서는 정책의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중기부 재기지원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창업 지원을 앞단에서 받쳐주는 것이 생존률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취지의 (재도전 지원) 정책이다”며 “2015년 재도전 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기업형 트랙도 만들고, 신복위와 업무협약을 통해 지원 요건도 낮추는 등 정책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정책 성과를 (명확히) 보기 위해선 5년에서 10년 정도 장기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역할의 한계점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으로 민간투자를 끌고 싶어도 실제 투자하는 민간 투자사들이 없다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VC(벤처기업에 주식투자 형식으로 투자하는 기업)이나 엑셀러레이터(신생 스타트업 발굴해 지원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기업이 와야하는데, 현재로서는 높은 경쟁률(작년 기업형 트랙 지원 경쟁률 약 17대1)에 비해서 해당 창업 기업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민간 자금이 투자할만한 재창업 또는 창업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시각인 셈이다.

우수한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정책 홍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중기부의 ‘2017 창업지원실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지원 정책을 신청하지 않은 창업자는 85.5%로 집계됐다. 그 이유는 ‘창업지원사업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답변이 4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부의 7전 8기 재도전 생태계 조성 의지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한 재창업지원정책의 진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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