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AP-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대북 추가제재안을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 없이 추진했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재무부가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한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철회를 지시한 바 있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재무부의 대북 추가제재안을 놓고 볼턴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이 설전을 벌였다. 멀베이니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볼턴 보좌관은 “내가 더 잘 안다”며 의견을 묵살하고 제재안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사실을 알고 크게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혼선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대북제재가 무엇이었는지 불분명했으며, 정책변화를 트위터로 알렸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재무부는 앞으로 발표된 ‘추가 대북제재’에 대한 철회라고 해명했으나, 준비 중인 추가제재가 없었다는 게 들통나면서 혼란만 가중된 바 있다.

이는 백악관 내에서 북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 간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암시한다. 또한 볼턴 보좌관을 위시한 대북 강경파의 입지가 예상 이상으로 매우 탄탄하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에피소드를 전하며 ‘볼턴 보좌관이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온건파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는 11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탑다운 외교’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가 끼어들 경우, 협상의 여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선희 북한 외부성 부상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노선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최고지도자들이 만나 합의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해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청와대가 ‘탑다운 협상’을 고집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일부에서 한미동맹 간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다. 남북미의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국익과 한반도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바라는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길을 찾겠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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