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앉아 있다. /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앉아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4.3 재·보궐선거를 치른 더불어민주당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기초의원 의석도 얻지 못해 사실상 ‘참패’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되는 데 힘을 실어줬던 부산·경남(PK) 민심이 흔들리면서 1년 남짓 남은 다음 총선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재보궐선거에 최선을 다한 우리당의 모든 후보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짧은 입장문을 낸 후 이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패배 이유를 경제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현장에서 분위기를 보면 결국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과 호소가 많이 있었다”며 “다행히 고용위기지역이 1년 더 연장되었기 때문에 지원이 이뤄질 텐데 산업위기지역도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해서 연장할 수 있도록 당정 간에 협의를 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진보 단일화를 이룬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경남 창원 성산에서 당선됐지만, 민주당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2곳과 기초의원 3곳을 포함한 5곳의 재보선 지역에서 민주당은 ‘빈 손’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 후보가 당선된 창원 성산은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임에도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접전을 벌이며 불안한 승리를 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혀온 전북 전주시 라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평화당 후보에 패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고 더 절실해졌다. 더 분명히 하라는 것”이라며 “겸허하게, 책임 있게, 끈기 있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민주당이 앞장서 달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흔들림 없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성과는 성과대로 정리를 해나가는 노력이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매운 예방주사 맞았다” 

민주당 내부에선 “긴장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이제는 민주당이 보다 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라고 하는 그런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바짝 긴장하라고 경고했다고 생각을 한다. 앞으로 1년은 이런 민심을 받들어서 민생 현안 해결과 경제 회복, 그리고 공정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더욱 분발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당위원장으로서 경남 통영·고성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민홍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심의 바다는 여당에 대해 항상 평온하지는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 더 잘 하는 쪽보다는 더 잘못한 쪽을 정확히 찾아서 회초리를 들었다고 본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는 졌다고 받아들이고 좀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민홍철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경남FC 축구장 유세 논란과 후보자 비리 의혹에도 패배한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였다. 그는 “상대방의 실수보다는 우리의 실책이 더 큰 실점을 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경남FC 축구장 선거운동 논란, 돈봉투 의혹 등 상대방의 실수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인사청문 논란, 부동산 투기 논란 등 책임 있는 우리 쪽의 실축이 더 크게 국민들의 표심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전직 원내대표를 역임한 우원식 의원은 “바짝 긴장하겠다.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 지방선거 압승을 만들어주신 국민께서는 촛불정신이 구체적인 내 삶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며 “꼭 1년 남은 총선 전 매운 예방주사를 맞았다. 민심이라는 호랑이 등에 탄 심정으로 절박하게 촛불개혁의 성과를 내는 데 힘을 다 쏟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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