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곡리 일대에 개발허가를 받은 태양광 시설 업체가 매입하지도 않은 사유지를 포함시킨 설계도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설계도에는 현황배수로(빨간박스 부분)가 표시돼 있지만 이곳은 사유지로, 주민들은 허위자료 제출에 따라 개발허가를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설곡리 일대에 개발허가를 받은 태양광 시설 업체가 매입하지도 않은 사유지를 설계도에 포함시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설계도에는 현황배수로(빨간박스 부분)가 표시돼 있지만 이곳은 사유지로, 주민들은 허위자료 제출에 따라 개발허가를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일대 태양광 시설 건립을 두고 마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태양광 시설 업체 측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개발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토지이용계획도에 매입하지도 않은 사유지를 포함시킨 사실이 확인된 것. 가평군청의 허가 과정에 허점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주민들은 군청의 탁상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허위자료가 제출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허가취소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 설계도에 버젓이 사유지 포함하고도 개발허가… 군청 탁상행정 도마 위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산 79, 154일대(2만3,000여m²)다. 가평군은 지난해 11월 27일 발전용량 1,5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을 위한 개발행위를 허가했다. 해당 업체(이하 D업체)는 이에 앞서 그해 4월 경기도로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도 취득했다.

주민들은 공청회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태양광 시설 허가를 내준 군청에 강하게 반발했으나, 가평군 측은 관련 조례(‘태양광 발전시설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기준’ 2018년 11월 5일) 시행 이전에 허가가 난 사안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최근 주민들은 해당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D업체의 ‘공사 계획표(토지이용 및 피해방지계획도)’에 사유지가 포함돼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 공사 계획표에 ‘배수로’ 부지로 지목된 곳이 사유지로, D업체는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설계도 상 ‘배수로’로 표기하고 사업허가를 받은 것이다.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는 “비가 내릴 경우 나무가 없는 상태에서 빗물이 계곡 쪽으로 급격하게 몰리게 되는데, 이 물을 인근 하천으로 연결해 배출할 수 있는 배수로 부지를 사업자가 확보하지 않은 것”이라며 “배수로 확보는 의무사항이다. 가평군이 배수로 부지조차 확보하지 않은 설계도를 현장 확인없이 도면만 보고 허가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탁상행정이자 밀실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설곡리 주민들이 가평군청에서 김성기 군수(가운데)와 면담하고 있다. /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지난 3일 설곡리 주민들이 가평군청에서 김성기 군수(가운데)와 면담하고 있다. /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 가평군 “부지 넓어 현장조사 당시 실수”… 주민들 “허가 취소해야” 

가평군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시인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제출한 서류 상에는) 현황배수로로 최종 방류한다고 설계가 돼 있었는데 최근 현장조사를 정밀하게 해본 결과, 현황배수로는 없었다”며 “4월 말까지 그에 따른 보완조치를 완료하도록 사업자 측에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해당 건에 대해 보완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공사 착공은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가 당시 확인을 했어야 되는데 워낙 부지도 넓고 하다 보니, 현장조사 하면서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관련 부서의 다른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본지 취재 당시 “충분한 현장실사 후 허가를 내준 사안이라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군청 관계자는 허위자료 제출 논란에 대해 “(사업자 측의) 허위인지 실수인지 여부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허가취소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법률적 자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명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D업체는 배수로 확보 문제로 인해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착공을 위해선 △설계도 상 포함된 부지(사유지) 매입 △배수로를 다른 쪽으로 변경하는 등 공사계획 수정 △토지사용승낙 등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해야 한다. 배수로 문제가 보완되지 않을 경우 공사 착공은 불가하다. 

하지만 D업체 측이 설계도 상 배수로로 지목한 토지주 A씨는 해당 부지를 팔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사업 착공은 녹록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허위자료 제출 논란이 제기되면서 향후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이 같은 내용을 가평군수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성기 가평군수는 3일 주민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 받고 “직원들이 (허위자료 등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라면 징계가 이뤄질 것이고, 그로 인해 허위자료를 토대로 허가 취득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된다면 법리검토를 통해 허가취소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법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 건립 시 관련 단체장은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가평군은 관련 조례가 없다는 이유로 공청회나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태양광 시설 건립 허가를 내줬다. 지난해 11월 5일, 이와 관련된 조례가 시행됐으나 논란이 된 D업체의 태양광 시설은 부칙에 따른 ‘예외상황’에 해당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져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