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인터뷰] 이동휘의 새로운 얼굴
2019. 05. 1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이동휘가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배우 이동휘가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웃긴 줄만 알았던 배우 이동휘가 절절한 감정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을 통해서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특유의 개성으로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어린 의뢰인’에서 ‘이동휘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감성을 더해 낯설면서도 친숙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동휘의 재발견이다.

2013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데뷔한 이동휘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능청스러운 감초 류동룡 역을 맡아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드라마 ‘안투라지’(2016), ‘자체발광 오피스’(2017) 등과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 ‘부라더’(2017), ‘재심’(2017), ‘공조’(2017)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이동휘는 지난 1월 개봉해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은 데 이어 오는 22일 개봉하는 ‘어린 의뢰인’을 통해 첫 원톱 주연 자리까지 꿰차는 등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린 의뢰인’에서 변호사 정엽으로 분한 이동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에서 변호사 정엽으로 분한 이동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은 오직 출세만을 바라던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이 7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 다빈(최명빈 분)을 만나 마주하게 된 진실에 관한 실화 바탕의 감동 드라마다.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실제 발생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극중 이동휘는 살인을 자백한 소녀의 진실에 귀 기울여 준 한 사람 정엽으로 분했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에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까지 완벽 소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초반에는 사건의 방관자였지만, 다빈을 만나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는 정엽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동휘는 “개인적 욕심보다 더 이상 고통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린 의뢰인’을 택했다”며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동휘가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제공
이동휘가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제공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영화지만, 영화보다 더한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아동학대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 늘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 현실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영화라는 것이 다양한 모습이 있지 않나. 재밌게 신나게 보는 팝콘 무비가 있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영화들이 있을 거다. 여러 가지 모습 중에 어떤 작품은 거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영화가) 나에 대해 혹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한 번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엽은 어떤 인물이었고,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변호사로서의 모습은 극히 드물다.  영화에서 정엽이 변호사여서 그 아이를 도와줄 수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법정에 서 있는 증인으로서 아이에게 큰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빈에게 말을 하라고 강요를 하는데, 유일하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이 앞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드러내거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사소한 약속이지만 지키지 않아서,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나. 많이 안타까웠고, 정엽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는데, 성취감도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성취감이나 목표도 중요하겠지만, ‘어린 의뢰인’은 그것보다 ‘이 영화는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앞으로도 작품을 선택할 때 개인만 두고 생각할 게 아니라 전체적인 글을 보고 판단하는 게 배우가 지녀야 할 마인드인 것 같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또 기회가 생긴다면 더 부단히 노력해서 잘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겠다.”

이동휘가 코믹 이미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동휘가 코믹 이미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기존 이동휘가 가진 매력도 함께 녹여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장규성) 감독님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나도 그 마음이 잘 맞아서 (정엽) 역할이 와닿았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모습을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면 그 인물이 관객들에게 멀게 느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자신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 있는 모습으로 보이길 원해서 그렇게 캐릭터를 구축했다.”

-반면 코믹한 이미지 탓에 이번 영화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배우로서 풀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한다. 내가 한 50대 배우가 됐을 때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던 배우였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이다. 사랑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함이 너무 크다. 관심을 얻고 응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좋게 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조금 더 열심히 확장해 나가다보면 노력한 만큼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믿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해가고 있는 과정이다.”

-아역 배우들[최명빈·이주원(주원 역)]과의 호흡도 중요했다. 
“아이들한테 고마움이 굉장히 크다. 예전 공백기에 가졌던 고민들, 초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어린 의뢰인’을 찍으면서 아이들에게 얻었다. 아이들이 감정신에서 잘 몰입하면서도 빠져나왔을 때는 쾌활하고 천진난만하게 잘 지내더라.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은 뭘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현장에서 아이들처럼 설렘과 두근거림을 갖고 (연기를) 놀이처럼 맑은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초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무슨 일이든 잘하려고 하면 동반되는 스트레스가 있지 않나. 계속 잘 하려고 해서 오는 스트레스에 갇혀 있을 때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이 저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동휘가 매 작품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제공
이동휘가 매 작품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제공

-연기에 대한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진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나.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는 편이긴 한데 많이 공부하고 보고 듣고 연구해야 그만큼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잘하려고 노력을 하는 만큼 동반되는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다. 또 현장에서 준비한 것들이 잘 표현되지 않으면 힘들기도 하고 반성도 많이 하는 편이다. 예전과 지금 큰 차이는 없다. 예전에도 대사 한 줄이라도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그 한 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갔을 때의 괴로움은 지금이랑 똑같았다. 지금은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아진 것뿐이지 마음은 같다. 프로필을 내고 오디션 전화가 왔을 때의 떨림,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 리딩 날을 기다리는 설렘, 현장에서의 기분 좋은 두근거림들… 그런 것들로 (스트레스를) 환기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했을까 호기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최종적인 목표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훗날에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준비 단계부터 기다려지고, 개봉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개봉하면 극장으로 바로 달려갈 수 있는…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고 기쁜 일이지 않나.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어린 의뢰인’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번쯤 내 삶을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진정성을 갖고 만들었다.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단지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작은 실천들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큰 성과를 거둔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아동학대 근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