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자유한국당이 일종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집권당 대표 말 한 마디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뒤바뀌는 세상”이라며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지적했다.
◇ 한 주 만에 ‘1.6%→13.1%’ 벌어진 격차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주중동향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동향과 비교해 4.6% 포인트 상승한 43.3%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3주차 이후 최고치다. 지난주 주중동향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6.9%로 더 커진다. 리얼미터는 매주 월요일 ‘주간동향’, 목요일 ‘주중동향’을 각각 발표한다.
반면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30.2%로 비교적 크게 하락했다. 지난주 주간동향(34.3%)과 비교하면 4.1% 포인트, 주중동향(34.8%)에 비해서는 4.6% 포인트나 빠졌다. 주중동향만 비교했을 때, 민주당과의 격차는 1.6%에서 13.1%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불과 일주일 만에 10% 포인트 가까운 격차가 형성된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의심한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개 방송사나 신문사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로 10~15% 정도 차이가 난다. 단 한군데만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당이 상승하고 있지만 (민주당에) 근접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타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결과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는데, 리얼미터 입장에서 압박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리얼미터 측은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혐오표현 논란, 5·18 망언 징계 무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광주 사살명령 의혹으로 증폭된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황교안 대표의 부처님 오신날 봉축식 예법 논란 등이 한꺼번에 집중된 결과”라고 적었다.
아울러 권 실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주간집계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가 4.4% 포인트였고, 이번에 각각 4~5% 내리고 올라 추가 격차가 9% 포인트 정도 된다”며 “결과적으로 격차가 13% 포인트로 벌어졌는데 잦은 현상은 아니지만 과거에 다수 발생했던 개연성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 ‘개연성 있다’ VS ‘납득 안 돼’
문제는 민주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데 있다. 실업률 하락, KDI의 경기부진 전망, 생활물가 상승 등의 보도는 정부여당에 오히려 불리한 내용이었음에도 7%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한국당도 이 부분을 특히 문제 삼고 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해찬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을 한 뒤 갑자기 민주당 지지율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납득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실장은 “조사기관은 조사결과를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활용하는 장에는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정당지지율은 제로섬 관계의 조사”라고 했다. 한국당 지지율이 빠진 만큼 민주당이 상승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오히려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던 지난 주 조사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가 확 벌어졌다고 보기 보다는 지난주 ‘조사 미스’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그 이전 주에도 격차는 8%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tbs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 성인 유권자 1,502명이 최종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전체 응답률은 6.5%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