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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 김무열
2019. 05. 1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김무열이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으로 돌아왔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배우 김무열이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으로 돌아왔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매 작품 성장을 멈추지 않는 배우 김무열이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강렬하다. 조폭도 감당 못하는 강력반 형사 정태석으로 분한 그는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로 다시 한 번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무열은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통해 연기 내공을 쌓은 뒤 2007년 KBS 2TV ‘드라마시티’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별순검’(2007), ‘일지매’(2008), ‘아름다운 나의 신부’(2015) 등과 영화 ‘작전’(2009), ‘최종병기 활’(2011), ‘연평해전’(2015), ‘대립군’(2017), ‘기억의 밤’(2017), ‘머니백’(2018), ‘인랑’(201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그는 ‘은교’에서 늙은 시인의 질투심을 자극했던 젊은 시인, ‘연평해전’에서 깐깐하지만 올곧은 윤영하 대위, ‘기억의 밤’에서 기억을 잃은 미스터리한 인물 유석까지 다양한 장르와 선 굵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악인전’에서 강력반 형사 정태석으로 분한 김무열 스틸컷.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에서 강력반 형사 정태석으로 분한 김무열 스틸컷.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에서도 김무열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됐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정태석(김무열 분),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김성규 분)를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지난 15일 개봉 후 단숨에 박스오피스 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무열은 ‘악인전’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강력반 형사 정태석 역을 맡아 첫 형사 연기에 도전했다. 목적을 위해 거대 조직 보스와의 거래도 서슴지 않는 정태석을 대범하고 뻔뻔하게 연기한 것은 물론 장동수 역을 맡은 거구 마동석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산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전형적이지 않은 형사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실제 형사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한 달 만에 15kg을 증량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봉 당일인 지난 15일 <시사위크>와 만난 김무열은 쏟아지는 호평 속에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내놨다. “매 작품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무열. 그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김무열이 정태석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기울인 노력을 언급했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무열이 정태석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기울인 노력을 언급했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편집을 많이 해서 영화가 더 재밌어진 것 같다. 장르적으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아주 잘 살린 영화가 나온 것 같고, 부족한 부분을 상쇄시켜주고 잘 메꿔 준 것 같다. 영화라는 것이 현장에서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많은 범죄 영화 가운데 ‘악인전’만의 특별한 점을 꼽자면.
“통쾌함이다. 마지막에 전해지는 통쾌함이 크게 와닿았다. 또 너무 무게 잡지 않고, 진지한 얘기를 진지하게 하지 않아서 좋았다. 인물들이 처해진 상황이나 상태가 진지하고 위험하기도 한데 그 속에서도 위트들이 녹아있었고, 되게 재밌었다.”

-정태석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은.
“그동안 수사물이나 범죄 장르에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주는 답답함이나 무능력한 모습들을 상쇄시키고자 했다. 외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증량을 했다. 상대 캐릭터인 조폭 두목과 부딪혔을 때 질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많은 영화에서) 형사 캐릭터를 그려왔기 때문에 부담도 컸다. (형사 캐릭터를 소화한) 선배들이 또 너무 잘했다. 그래서 나는 실제 형사들이 사건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들을 더 좇으려고 노력을 했다. (실제 형사들과) 인터뷰를 했을 때도 그런 점이 인상 깊었고, 정태석을 연기함에 있어서도 중점을 뒀다.

정태석이 범인을 잡는데 왜 이렇게 집착할까에 대한 의문이 컸다.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고, 사명감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나올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실제 경찰분들을 만나고 너무 쉽게 결론이 내려졌다. 그냥 ‘경찰’이기 때문이었다. 그분들에게 ‘이 일을 왜 하느냐’고 물었을 때 ‘경찰이니까,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느냐’고 하더라. 너무 간단한 문제였는데 그 답을 깨닫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답을 찾고 나니 정태석에게 다가가는 것이 수월해졌다.”

김무열이 마동석의 액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무열이 마동석의 액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정태석과 장동수가 형사와 조폭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지만, 공조를 하게 된다. 너무 친해서도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도 안 되는 관계였는데, 어떻게 중심을 잡았나.
“되게 어려웠다. ‘브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원수지간이고, 같이 공조를 하지만 서로 원하는 바가 달랐다. (마동석) 형이랑 너무 친해서, 연기할 때는 친해 보이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항상 조심했다. 또 고민을 했던 점은 장동수가 아무리 범죄자고 조폭이고, 불편한 공조를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이름을 부르고 욕을 하는 것이 관객들이 불편해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안 어울린다거나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되니까. 그런 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장면들을 현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갔다.”

-정태석의 맨몸 액션이 인상 깊었다. 촬영은 어땠나.
“그동안 액션 연기에 대해 잘하진 못해도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는데, 마동석 형의 액션을 보면서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더라. 액션을 너무 잘한다. 도움을 많이 받았고 많이 배웠다. 정태석의 액션은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 했다. 마동석 형과 싸움도 몇 번 해야 해서 몸을 증량한 것도 있다. 하하. 세 캐릭터(정태석·장동수·K)의 액션이 다 달랐다. 장동수는 복싱을 기반으로 싸우고, 정태석은 유도를 베이스로 맨몸 액션을 펼친다. K는 게릴라 전투 같은 느낌을 살려서 찍어야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무술팀이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해줬고 잘 만들어줘서 안전하게 촬영했다.”

-그동안 선보인 역할 중 가장 센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어땠나.
“부족함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더라. 내 모습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있는 캐릭터다. 다음에 하면 더 잘해야겠다. 하하.”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아쉬웠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아쉬웠다. 사실 항상 그런 편이다. 매 작품마다 잘했다고 느낀 장면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 의심은 안 한다. 할 때만큼은 내가 이 인물이고, 그 어떤 잘하는 배우를 데려와도 지금은 내가 짱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한다. 다만 연기를 하고 나서 평가를 내릴 때는 남보다 냉철하게 혹은 조금 더 혹독하게 하는 편이다.”

김무열이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소감을 전했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무열이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소감을 전했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유독 고생하는 캐릭터를 많이 소화해온 것 같다. 어려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 의식이 있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지금 내가 이 작품을 했을 때 동시대에 살고 있는 관객들이 공감이 되고, 주제 의식이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을 먼저 하는 것 같다. ‘악인전’은 오히려 힘들지 않았다. 대규모 액션신도 있었고, 카체이싱 촬영에 추격하느라 뛰어야 하고 그랬는데, 왜 안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배우들 사이도 정말 좋아서 매번 소풍 가는 심정으로 촬영장에 다녔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함께 칸에 가게 됐다. [‘악인전’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돼 오는 22일 밤 10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다.]
“많이 떨린다. 개봉 전에 칸 발표가 먼저 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한국 관객들이 잘 봐주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들었는데, 공감을 못 얻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아서 부담이 컸고 걱정도 많이 됐다. 한국에서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들으면 안심하고 칸에 갈 수 있겠나.
“어떤 평가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호평이든 악평이든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의견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힘을 받고 칸에 가고 싶지만,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있더라도 최대한 수렴해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자유롭게 봤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다가 재미없으면 야유를 보낼 수도 있고 재밌으면 일어나서 박수를 칠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극장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 배우들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작품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자기 안에서 완성하면 좋겠다. 이 작품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관객들의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범죄 액션물이다.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날려드리겠다. 나 말고 (마)동석 형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