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그룹의 의류 계열사 형지I&C가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형지I&C 홈페이지 갈무리
형지그룹의 의류 계열사 형지I&C가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형지I&C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형지I&C(형지아이앤씨)에 켜진 비상등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한 중국 남성복 사업의 철수 후유증에 시달리기라도 하듯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중국 철수 후유증 시달리는 형지I&C

형지그룹의 패션 계열사 형지I&C가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중국 사업 철수를 전후로 휘청이더니 여전히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불안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다.

2년 연속 영업손실 중인 형지I&C는 올해 1분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놓으며 유쾌하지 못한 스타트를 끊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줄어든 241억원에 그쳤으며 9,000만원의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다만 유형자산처분과 관계회사주식처분 이익 등 비영업적인 기타수익 덕분에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배 늘어난 1억원을 남겼다.

2015년 1,000억 매출의 고지를 넘으며 순항하던 형지I&C는 이듬해부터 하향길에 접어들었는데, 이는 신개척지나 다름없던 중국에서의 실패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 형지I&C는 남성복 브랜드 ‘예작’(YEZAC)과 ‘본지플로어’(BON-g.fioor)로 대륙 공략에 나섰지만, 3년여 만에 철수를 결정하며 쓴맛을 봐야했다. 중국 남성복 사업을 접은 2017년, 형지I&C는 88억원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신통치 않은 건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품 및 상품 판매가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형지I&C가 운영하는 브랜드 4개 모두 영업장이 축소되고 있다. 간판격인 남성 셔츠 브랜드 예작은 지난 2년 간 백화점 및 아울렛 매장이 7곳 가량 사라지면서 79개로 감소했다. 9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던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본 역시 1분기 기준 84개로 줄었다. 여성복 ‘캐리스노트’(Carries Note)와 이태리 니트웨어 ‘스테파넬’(STEFANEL)도 각각 70개와 50개 밑으로 내려갔다.

◇ 반복된 적자에 메말라가는 ‘곳간’

또 중국에서 발을 뺀 본지플로어의 국내 사업도 2017년에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형지I&C 관계자는 “본과 본지플라워를 백화점과 대리점으로 채널별로 이원화 해 운영해 왔지만 효율화 측면에서 본으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속된 적자는 형지I&C의 재무건전성에 까지 악영향을 끼치면서 회사를 자본잠식 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다. 1분기 기준 형지I&C의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108%에 불과하다. 넉넉한 자본력을 자랑하던 형지I&C의 곳간이 메마르게 된 건 밑지는 장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2017년 25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54억원에 육박하던 잉여금이 순식간에 결손금(205억)으로 전환됐다. 그로 인해 525억원의 자본총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또 다시 거액의 당기순손실(62억)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262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는 형지I&C의 자본을 재차 갉아먹었다. 만약 회사 차원에서의 자체 증자나 그룹에서의 자금 수혈 등이 이뤄지지 않고 올해 손실이 되풀이 된다면 자본잠식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형지I&C 측은 “캐리스노트 문화 클래스, 예작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한 마케팅 활동으로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해 타깃층을 넓혀나갈 계획”이라며 “또한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홈쇼핑 채널을 통한 매출 볼륨화를 시도하고, 하반기 대형 온라인몰인 TMALL 입점을 계획하고 있어 양‧질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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