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제화가 운영하는 신발 멀티숍 '레스모아'가 영업손실이 반복되며 업계 2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 시사위크
금강제화가 운영하는 신발 멀티숍 '레스모아'가 영업손실이 반복되며 업계 2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금강제화가 운영하는 신발 멀티숍 레스모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한때 ABC마트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업계 트렌드인 프리미엄화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등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점차 도태되고 있는 모습이다.

◇ 1,000억 고지 넘는 JD… 레스모아 턱밑 추격

1조가 넘는 메가 산업이 된 신발 멀티숍 시장 판세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매출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ABC마트의 다음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후발주자의 무게중심이 슈마커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지난해 슈마커(현 에스엠케이티앤아이)가 영국 굴지의 유통업체 JD스포츠패션(JD SPORTS FASHION plc.)과 합작해 설립한 JD스포츠패션코리아가 연매출 1,000억 고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일 업계와 JD스포츠패션코리아에 따르면 JD스포츠는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JD스포츠 관계자는 “정확한 실적은 올해 사업 년도가 최종적으로 종료도 돼봐야 알 수 있지만 1,000억원 돌파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JD스포츠가 국내 진출 3년여 만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 덕분으로 분석된다. JD스포츠는 조던, 맥스 등의 제품군에서 한정판 제품을 들여와 운동화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이외에도 의류 카테고리를 강화해 기존 업체들과 차별성을 강조한 것도 비결로 꼽힌다. JD스포츠는 단순히 신발 멀티샵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기에는 의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점포당 30~40%를 의류로 채우고 있다. 마네킹에 의류를 착장시키는 방법에서 택을 다는 방식, 쇼핑백 등 디테일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는 데 공을 들였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는 슈마커와 JD스포츠의 매출을 합하면 2,000억원을 훌쩍 넘어 2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JD스포츠가 두각을 드러내면서 상대적으로 레스모아는 뒤쳐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상품 구색 등에서 특색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앞서 두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레스모아는 소위 ‘운동화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찾을 법한 제품보다는 대중적인 제품들을 판매하며 의류도 취급하지 않는다”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레스모아를 멀티숍 범주에 넣지 않고 별도 카테고리로 보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레스모아는 영업손실이 반복되는 든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년 간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283억원에 이른다. 연간 41억원의 적자를 안은 셈이다. 지난해만 무려 60억원의 손실이 났다. 당기순손실까지 동반되면서 회사 곳간도 크게 줄었다. 2012년 652억원에 달하던 잉여금은 지난해 393억원으로 감소했다.

레스모아 관계자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판단하기 나름”이라며 “일부를 위한 프리미엄에 주력하는 건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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