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 뉴시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확정됐다. 예결위원장 자리 문제로 김 의원과 갈등을 해왔던 황영철 의원은 경선을 거부하고 당내 투쟁을 선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 핵심’ 김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황 의원의 자리싸움이 계파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원장 선출 의원총회 도중 나와 기자들에게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같은 일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이 언급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의 상황은 2015년에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을 사퇴시킨 일을 말한다. 당시 유 의원은 야당과 협의해 청와대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유 의원을 비난했다. 이후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유 의원을 원내대표직에서 끌어내렸다. 황 의원은 이번 예결위원장 사태가 당시의 계파갈등을 연상하게 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의 핵심 요직은 모두 친박계가 쥐게 된 모양새다. 친박인 한선교 의원이 사퇴한 사무총장직에는 역시 친박으로 분류되는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후보로 복당파 이진복 의원이 거론됐다는 점에서 계파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추경호 전략기획사무부총장, 민경욱 대변인, 송희경 중앙여성위원장 등 당 주요 보직도 주로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이 다시 한국당의 주류가 되는 것 같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황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공개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올바른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나 원내대표가 우리 당의 원칙을 지켜내고, 어려운 동료를 지켜내고, 이번에도 제대로만 했으면 이런 잡음이 없었을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계파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원내 구성이 조율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나경원은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경원의 리더십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 나 원내대표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또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차명진 전 의원,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처분을 하지 않은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황 의원은 “우리당이 세월호 희생자를 우롱하고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국회의원들을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더 당당하고 담대하게 당이 합리적 보수가 되도록 의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황 의원은 ‘합리적 보수’를 강조하며 당내에서 계파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합리적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이 탈당해 창당한 바른정당이 내건 기치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파갈등으로 보는 시선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예결위원장 사태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계파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복당파들 상임위 나누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계파 문제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날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세연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종구 의원 모두 바른정당 출신이다.

나 원내대표는 “당이라는 것은 원칙이 있는 공당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작은 잡음도 있지만, 저희가 큰 원칙이 있고 공당으로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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