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0 18:45 (금)
[인터뷰] 서경덕 교수 “다음 세대에는 역사 왜곡 물려주지 말아야죠”
[인터뷰] 서경덕 교수 “다음 세대에는 역사 왜곡 물려주지 말아야죠”
  • 서종규 기자
  • 승인 2019.08.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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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현재 한일 양국간 갈등 양상에 대해 ‘위기는 곧 기회’라고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일본발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양국간 청산하지 못한 역사 문제와 이로 인해 곪을대로 곪았던 감정의 골이 폭발한 모양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한국 역시 맞불을 놓으며 한치의 물러섬 없는 대립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산업성은 지난달 1일 반도체 제조에 있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에 있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사실상의 보복성 조치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일 각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정령을 통과시켰다. 이에 21일부터 한국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국가들은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 정부 또한 일본을 백색국가(수출 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맞불을 놓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이 진행 중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의한 반일운동의 일환이다. 소위 ‘독립운동은 하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슬로건 아래, 각종 단체를 넘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도 일상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의 행보는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전 세계 욱일기 없애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 홍보에 앞장서고,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진행해 온 인물이다. 한일 양국 간의 역대급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서경덕 교수를 만나 한일 양국간 갈등 양상과 불매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절묘한 시기… 올해 불매운동, 무언가 다르다”

대학가의 방학 기간이지만, 서경덕 교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현 시국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매우 특별하며 놀랍다고 했다. 또한 일본의 압박이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8.15 광복절 △8월 ‘경술국치’ 등 시기적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일본의 압박이 들어왔다. 때문인지 올해 불매운동은 무언가 특별하다. 과거 반일운동은 다소 과격했다. 하지만 올해 불매운동은 침착하고 의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민 한명한명이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풍자적이고 위트있게 진행되는 불매운동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있다.”

서 교수는 SNS를 통해 이른바 ‘일본기업’들을 소개하고,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 교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4만6,000여명에 이른다. 서 교수 또한 SNS가 이번 불매운동의 1등 공신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는 일본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것과 일본과 지분 등으로 얽혀 있는 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인증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서 교수는 특히 SNS를 통해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불매운동이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경덕 교수는 이번 불매운동이 기존에 진행되던 반일운동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SNS의 파급력을 이용한 젊은 층의 불매운동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사진=김경희 기자

“SNS에 본인이 일본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증하고, 이것이 파급력을 가진 SNS를 통해 젊은 층으로 퍼진다. SNS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불매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운동이 시민 한 명 한 명을 중심으로 굉장히 의연하고, 침착하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불매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레 불매운동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젊은 세대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 교수는 바다 건너 한국인들의 불매운동에도 박수를 보냈다. 과거 국내에서만 단발적으로 이뤄지던 불매운동이 현재에는 SNS라는 매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세계의 한국인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불매운동이 일본의 사과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특히 2019년 불매운동이 미래 교과서에 실릴 만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간 갈등이 외신에도 소개되고 있고, 갈등의 배경에 대해서도 소개되고 있다. 강제징용, 위안부 등의 단어가 외신에 소개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이에 재외동포와 유학생들도 외국인에게 역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은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인에게 뜻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은 실로 엄청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저력이다. 향후 일본이 사과하는 날이 온다면 이번 불매운동은 일본의 사과의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교과서에 실릴 만한 일이다.”

또한 그는 현 시국과 불매운동을 한 마디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로 정의했다. 여러가지 경제 보복으로 당장은 힘들겠지만, 점차 일본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전 국민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경덕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파트너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사과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 좋은 파트너 되려면… 역사 청산이 우선

“대한제국에게 일본은 악역이지만, 대한민국에게 일본은 반드시 손 잡아야 할 스폰서다.”

한 역사학자가 1905년 자행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증명하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 <한반도>의 대사다. 서 교수에게 이 대사를 건네자 “아주 멋진 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함께 나아가야 할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역사에 대한 사과와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는 과거사대로 바로 잡고, 한일 양국이 힘을 합칠 부분에 있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바로잡는 작업은 필수적이고 우선시 돼야 한다. 이 작업은 너무나도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한일 양국을 넘어 한·중·일 3국이 낼 수 있는 시너지는 실로 엄청나지만, 역사적 굴레에 얽혀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을 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동북아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21일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양자회담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낮은 자세로 회담에 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는 정부대로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국민들은 이성적이고 비폭력적인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외교적으로 최선을 다하되, 절대 낮은 자세로 회담에 나서면 안될 것이다. 현재 객관적인 측면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임은 맞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두려워 한다. 외교적 노력에 있어 유연하게 대처하되, 절대 저자세로 임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과거 우리보다 강한 국력으로 역사 왜곡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SNS의 발달로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일본도 세계적인 여론을 이길 수는 없다. 이러한 여론을 이용한 전략을 잘 세운다면 일본의 사과를 받는 날이 머지 않았을 수도 있다.”

끝으로 서 교수는 다음 세대 만큼은 강제 징용,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벌어지는 경제보복과 갈등에 대해서 “언젠가는 겪었어야 할 일”이라며, 이를 잘 헤쳐나가 ‘부국강병’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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