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현장 국무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부문 기술 자립화를 강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현장 국무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부문 기술 자립화를 강조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현장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나아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무역환경에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현장 국무회의는 올해 2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비상한 각오와 의지를 담아 한국과학시술 연구원에서 국무회의를 열게 됐다”며 “경제강국 건설의 원동력이 되는 과학기술 현장에서 국무회의를 여는 그 의미를 각별하게 여겨 주기 바란다”고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 “과거 정부와 다른 특단의 대책으로 가속”

특히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있어 ‘극일’을 강조했다. 소재·부품·장비는 중소·중견 기업이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자립화 과정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의 자립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우는 것은 곧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는 것이고, 대·중소기업이 협력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이미 예산안에 반영된 5조 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예산은 물론이고, 기업 간 연구개발과 생산을 연계하는 생태계 구축, 일본 무역규제 핵심 품목과 관련된 기술개발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향후 한일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자립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감지됐다.

특히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의결됐다. 규정에 따르면, 가칭 경쟁력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경제단체장과 연구기관장 등 50명 이내의 민간위원회가 참여, 총 65명 내외로 구성된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주요 정책 등을 심의 조정하는 등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강국을 위한 국가전략 과제다. 한일관계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100년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라며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접근과 특단의 대책으로 이 같은 긍정적 변화에 속도를 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현장시찰하며 장기전 대비해 직원들 격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무역규제를 주도한 3인방을 요직에 앉힐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일 갈등관계가 진전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무역규제를 주도한 3인방을 요직에 앉힐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일 갈등관계가 진전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AP-뉴시스

국무회의 전후로 현장시찰도 병행했다. 국무회의에 앞서 KIST는 MBE 실험실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우리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것인데 더 잘해 주기 바란다”고 연구자들을 격려했다. MBE는 초진공 상태에서 원자단위 반도체를 합성해 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다.

국무회의를 마친 뒤에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 마련된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찾았다. 지원센터 방문은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깜짝 방문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지원센터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민원사항을 원스톱으로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기관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이다. 아직까지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아마 없겠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긴장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애로들을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 주는 자세로 상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 관련 전략물자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분쟁의 발단이 됐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양국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역사와 외교를 분리하자는 투트랙 입장도 일본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지소미아의 완전한 종료 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수출규제를 주도한 3인방을 요직에 기용하는 개각을 예고하면서 일본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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