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여부를 따지기 위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여부를 따지기 위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여부를 따지기 위한 공식 조사를 개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뒷조사를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 백악관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단초가 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는 내용은 있었지만 이를 빌미로 군사원조 중단 등을 압박하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타국 정상에게 경쟁자의 뒷조사를 의뢰한 것은 사실이어서 민주당의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탄핵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은 미국 하원의석 435석 가운데 과반을 초과한 235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탄핵안을 밀어붙인다면 하원의결까지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최종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상원은 100석 가운데 공화당이 51석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은 쉽지 않다.

문제는 탄핵 이슈로 미국 국내정치가 불안해지면서, 각종 국제현안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발목을 잡혀, 미중 무역협정 등 대외현안에 대한 추진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대로 국내 정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탄핵이슈 자체로 모든 현안들이 불확실한 구도로 접어든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탄핵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시점부터 채권 등 안전자산의 가격은 급등한 반면 뉴욕 증시는 크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정신이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전망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했었다. 하지만 탄핵이슈가 불거지면서 비핵화 문제에 집중할 정치적 공간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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