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해올 것을 지시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청와대에 따르면, 조국 장관의 법무부 업무보고는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 기관이다. 따라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 대통령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 검찰개혁 ‘수동적’인 윤석열에 또 경고장

‘검찰개혁’의 범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법률 개정에 국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했다. 법적·제도적 개혁에서 나아가 수사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한 셈이다.

검찰의 힘은 기소를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관이며 동시에 수사권을 부여받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막강한 권한은 강압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별건수사 등의 관행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상당수 피의자들은 검찰의 압박에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피의사실이 언론에 흘러들어가며 재판이 열리기도 전 사실상 ‘유죄선고’를 해버리는 효과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검찰출신의 조응천 의원은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괴물이 됐다”고 지적했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윤석열 총장에게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 총장은 그간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의 뜻과 국회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직접 검찰개혁의 방향과 추진계획을 밝히는 대신, 국회와 정치권의 합의가 있다면 따른다는 수동적·원론적 수사에 가까웠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수사관행 등을 지적하며 검찰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윤 총장의 수동적 태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하여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윤석열 총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 결집된 ‘촛불’의 힘에 청와대 고무적

지난 28일 수십 만의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8일 수십 만의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다만 시행 시기는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종료 이후로 미뤘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당장 그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사가 종료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라는 지시”라며 “개혁위원회와 개혁단 의견수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의 강경한 의지 표명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개최된 촛불집회가 원동력이 됐다. 주최측은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검찰개혁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촛불민심은 검찰개혁”이라며 “(조 장관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온몸으로 분노를 느꼈고 검찰개혁의 의지를 표출하신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이 촛불집회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상당수 시민들이 모인 것에 청와대는 크게 고무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의 사람들이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모였다. 현장의 시민, 주최측, 중계방송 시청자 누구도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수많은 국민들이 다함께 촛불을 들고 외친 것에 대해 (검찰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은 당연한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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