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두 정치인의 결합 여부에 대해 당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두 정치인의 결합 여부에 대해 당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의원이 미국행을 결정한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총선을 건너뛰면 정치적으로 객사한다"(하태경)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혜훈)이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안철수계 김도식 전 비서실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집단 탈당이 사정권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는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수장 유승민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동참을 거듭 요청하는 가운데, 변혁 소속 두 의원의 발언으로 두 인사가 다시 손을 잡기도 전부터 관계가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8일 하태경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후배로서 조언을 드린다면, 이번 총선을 건너뛰면 해외에서 정치적으로 객사한다. 끝난다"며 "정치 복귀하고 대선으로 바로 가는 것은, 자기 기반이 다 사라지고 무엇을 한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국내 상황이 복잡하고 어느 한쪽의 편을 들었을 때 다른 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이런 상황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절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문제가 정리되고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다. 이렇게 많이들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이같은 발언에 즉각 불쾌감을 표출했다. 특히 이 의원의 '꽃가마' 발언에는 "안 전 대표는 꽃가마 비슷한 걸 타본 적도 없다"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본인들의 정치적, 개인적 일정 때문에 마음이 급한 건 이해를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지금까지 언제 한번 꽃가마 비슷한 걸 타본 적이 있었나. 당이 어려울 때 해결사로 나서 희생했던 분께 할 말이 아니다"며 "문제해결의 중심에서 항상 정치 험로를 걸었던 분께 꽃가마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비서실장은 "안 전 대표는 야권 단일화와 제3당의 올바른 안착을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며 스스로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안 전 대표가 지금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외에 나가신 것 아닌가"라며 "그분들이 안 전 대표께 또 어려운 요청을 드리게 돼서 죄송하다는 그런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 꽃가마라든지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에도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비서실장은 별도 입장문을 내기까지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예의에 벗어나는 발언은 함께 모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중 '새로운 길'과 관련, 김 비서실장은 통화에서 "(변혁에) 안철수계 의원도 함께하고 있으니 그런 발언은 새로운 길 모색에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변혁 동참 여부 및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당내 일각에선 이 사건을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균열 조짐으로 보는 한편, 안 전 대표가 유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변혁은 현재 바른미래당 의원 15명(유승민계 8명·안철수계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비서실장이 굉장히 기분이 상한 모양이더라. 두 의원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변혁 내부에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이견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당 출신 관계자는 "유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와 정확히 소통이 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단지 이태규 의원과 소통한 것을 안 대표 의중으로 생각하고 (변혁이) 움직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안 전 대표가 총선에 와서 유 전 대표와 공천 경쟁을 할 경우 지난 지방선거보다 더 최악일 수 있으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변혁에 가서 만약 한국당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안 전 대표가 입을 타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가지 않길 바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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