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25세로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 / 설리 인스타그램
향년 25세로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 / 설리 인스타그램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향년 25세 꽃다운 나이에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들은 그의 죽음이 ‘악플’과 연관돼 있을 것에 무게감을 실고 있다. 로리타 논란, 속옷 미착용 논란 등 설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설리와 관련한 수많은 악플들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설리의 가슴 아픈 이별로 ‘악플의 위험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다.

살아생전에도 설리는 악플로 인한 고충을 토로해왔었다. 설리는 걸그룹 엑프엑스 활동 당시였던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리다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하는가 하면, 최근까지 출연 중이던 JTBC ‘악플의 밤’에서 “악플 때문에 대인 기피증이 왔다. (사람들을 피하려고) 골목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고 고충을 밝힌 바 있다.

설리가 MC로 활약 중이었던 JTBC ‘악플의 밤’은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이 올바른 댓글 매너 및 문화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 것을 콘셉트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이다. 신동엽, 김숙, 김종민 등이 고정 출연 중이다.

단순 설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악플의 밤’을 보다보면 얼마나 많은 스타들이 악플에 시달리는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욕설이 담긴 악플은 기본이고, 인격모독에 가까운 악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여자 스타들의 경우 외모 비하발언은 흔한 일이 됐을 정도다.

자신에게 달린 악플을 읽고 있는 개그우먼 김지민 / JTBC '악플의 밤' 방송화면 캡처
자신에게 달린 악플을 읽고 있는 개그우먼 김지민 / JTBC '악플의 밤' 방송화면 캡처

특히 15일 걸스데이 출신 민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한 게시물은 세간의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민아는 설리의 사망 소식에 “진리아 아프지 말고 고통 받지 말고 행복하자”고 애도의 글을 올렸고, 이에 한 네티즌이 “왜 너도 가고 싶냐 XXX아”라고 댓글을 단 것을 민아가 캡처해 게재한 것. 이와 함께 민아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신고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익명에 기대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난무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악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문화일보>를 통해 “온라인상의 악플은 군중심리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피해도 더 크다”며 “피해자는 밖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가 악플을 달거나, 읽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공포감이 심해진다. SNS 시대의 또 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곽 교수는 “악플 한 줄은 한 차례씩 칼로 찌르는 것과 똑같은 폭력인데 정작 가해자는 ‘나는 글 하나 썼을 뿐인데’라며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익명 뒤에 숨은 악플로 피해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악플은 형법상 모욕죄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형 혹은 명예훼손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악플을 때문에 한 사람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처벌수준이 낮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수 설리 연예인 사망사건, SNS 악플 처벌 강화해주세요” 등의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악플의 증가추세가 이어진다면 또 다른 설리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익명의 힘을 빌려 내가 무심코 쓴 몇 글자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음을, 악플은 엄연한 ‘온라인 폭력’임을 네티즌들이 꼭 다시금 새겨야 할 메시지다. 또한 도 넘은 악플들을 제재할 실질적인 방안을 깊이 있게 생각할 시점이다.

키워드

#설리 #악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