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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삼성전자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입장이다. 뒷부분을 이어서 발췌해보겠다.

“삼성전자는 고객 여러분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객의 동의를 통해서 정보를 최소한으로 수집함은 물론, 목적에 맞게 처리하고 있으며,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개인정보는 소중하다. 마찬가지로 한 회사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도 소중하다. 그들도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선 최선을 다하는 삼성그룹이 과거 임직원의 연말정산 정보를 열람해 ‘진보단체’를 후원한 내역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미전실)은 진보성향 진보단체를 ‘불온단체’로 분류하고, 이를 후원하는 계열사 임직원들을 파악해 그룹 차원에서 관리했다.

여기서 언급된 ‘불온단체’는 다음과 같다. 통합진보당, 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향린교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정당 해산 심판을 받은 통합진보당은 차치하더라도, 오랜 기간 여성 인권 운동을 한 민우회나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알려진 향린교회를 ‘불온단체’로 규정한 것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만일 사측에서 연말정산을 통해 임직원의 정치 성향을 규정하려 했다고 가정해보자. 업무 능력과 연관 없는 정치 성향으로 한 개인이 검열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

게다가 후속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불온단체’ 리스트는 한 우파 단체가 만든 자료를 참고한 것이었다. 이 사태는 사측에서 한 ‘우파 단체’가 규정한 ‘불온 단체’ 리스트를 참고로 해 직원들의 사상검증을 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우파 단체는 국정원의 민간 여론 조작 조직의 지원을 받은 단체다. 사측에서 규정한 ‘불온 단체’의 기준이란 이런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경험, 이용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여 고객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짐을 알고 있기에 고객 여러분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그들만의 불온단체’에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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