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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끌고 이성민 받치고… ‘웰메이드 정치극’의 탄생
2020. 01. 1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베일을 벗었다.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베일을 벗었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분)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한국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꼽히는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우민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과 이병헌을 필두로 연기파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열연을 앞세워 설 극장가 저격에 나선다.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8)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이병헌 스틸컷. /쇼박스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이병헌 스틸컷. /쇼박스

스크린에 재탄생한 ‘남산의 부장들’은 실화의 힘을 근간으로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하게 따라가는데, 자극적이거나 작위적인 설정 없이도,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탓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펼쳐지지만,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진 않는다. 제2의 권력자라고 불리며 18년간 충성해온 김규평이 왜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게 됐는지, 그의 심리 변화를 담담하면서도 쫄깃하게 그려내 흥미를 자극한다. 

미장센도 좋다.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미국·프랑스까지 3개국에서 촬영됐는데,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워싱턴과 파리는 그 시대의 공간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몰입을 돕는다. 또 청와대,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의 세트도 리얼하게 구현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내부자들’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된 이병헌은 이번에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 그는 인물의 변화하는 심리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유독 클로즈업 장면이 많은데, 눈밑 떨림까지 연기해 감탄을 자아낸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열연한 이성민(위)과 곽도원(아래 왼쪽), 이희준 스틸컷. /쇼박스​
​‘남산의 부장들’에서 열연한 이성민(위)과 곽도원(아래 왼쪽), 이희준 스틸컷. /쇼박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박통으로 분한 이성민의 열연도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첫 등장, 첫 대사부터 단숨에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가르마부터 동그란 귀, 의상 등 외적 변신뿐 아니라 말투, 표정, 걸음걸이까지 실제 인물의 특징을 놀랍도록 동일하게 재현해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단순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하는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캐릭터를 완성,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연기한 곽도원과 대통령 경호실장 역을 맡은 이희준, 로비스트 데보라 심으로 분한 김소진까지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다. 흠잡을 데 없는 열연으로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러닝타임 114분, 오는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