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시스
지난해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범여권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구성 협상이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합정당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이후 모든 과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히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협상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세력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친문 비례대표 후보로 연합정당을 채울 움직임을 보여 연합정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연합정당의 플랫폼을 ‘시민을 위하여’로 공식화하고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4개 정당과 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했다.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했던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플랫폼 정당이다. 또 협약 체결에 참여한 정당들은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을 거쳐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할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이름조차 생소한 신생 원외 군소정당들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친문 성향의 후보들을 연합정당 비례 후보에 앉히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군소정당에 당선권인 앞순위를 양보하고 자당 비례대표 후보는 후순위에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모두 챙기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민주당은 연합정당에 참여한 군소정당들이 21대 국회 4년간 ‘공동 행위’를 해야 함을 명확히 못박았다. 협약서에는 군소정당의 의무조항으로 “보수야당의 검경수사권 독립,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 퇴행 시도와 부당한 탄핵 추진에 맞서 참여정당들과 공동 대응한다”,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적폐청산과 민주적 개혁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연합정당 당선자들이 총선 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민주당 당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민주당은 독자 목소리가 강한 민중당에 대해서는 같이 하기 어렵다며 명확히 선을 긋고 있고, 호남 중진들의 입김이 강한 민생당의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 정개련, 민주당 지도부 사과‧양정철 교체 및 징계 요구

민주당이 연합정당 구성을 좌지우지하자 당초 연합정당 구성을 처음 제안했던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개련은 민주당이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일방적으로 선택했다며 당 지도부 사과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교체 및 징계를 요구했다.

양정철 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해찬 대표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아 연합정당 참여와 관련한 협상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플랫폼 정당으로 정개련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하고 원외 4개 정당과 협약을 맺게 된 것은 양 원장이 이 대표에게 상황을 보고한 뒤 재가 받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련 조성우 공동대표는 1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연합정당에 참여할까 말까만 결정하는 것이지 본인들이 선택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양정철 원장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이 준동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민주당에서 협상을 주도한 양정철 원장과 이근형 위원장을 거론하며 “그들이 보인 태도는 매우 일방적이고 연합 정당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하 집행위원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미래한국당이란 꼼수를 막고 정치개혁 성과를 지켜내고자 만들어진 정개련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이용한 것”이라며 “통과 의례처럼 수순만 밟고, 자기들 통제하에 있고 성향 자체가 친문, 친조국이라고 불리는 시민을 위하여와 처음부터 위성 정당을 계획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녹색당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명백하게 선거연합정당의 취지를 위반하고 소수정당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원외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참여 정당을 선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연합정당 구성을 먼저 제안하고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포함된 정개련을 일방적으로 배제해 갈등이 표출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정개련과 의견이 조금 맞지 않아서 같이 가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정당 참여에 반대했던 설훈 최고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상되던 상황이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반대할 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었다”며 “지금 얘기하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결단을 빨리빨리 내리고 진행해야 행정적으로 처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 표출에 대해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손혜원 의원은 양정철 원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승수 변호사 등 정개련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저렇게 취급받으실 분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양정철이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지 그의 행보가 과연 문재인 정부를 위한 것인지 우리가 잘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의병이니 뭐니, 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니까. 이미 그렇게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라며 “위성정당, 양정철의 잔머리로 처음부터 민주당에서 만든 것”이라고 비판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무슨 근거에선지 진보니, 중도니 다 필요 없고, 자기들 핵심 지지층만 데려 가도 된다고 믿는 것”이라며 “그래서 저렇게 막나갈 수 있는 거겠지. 옛날의 민주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을 위하여’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합정당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부터 21일 정도까지 시민 추천을 받겠다”며 “추천받은 개혁인사를 엄정하고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선정하기 위해 여러 공천심사위원을 따로 모시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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