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첫 본회의에서 부의장에 김상희 의원을 선출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첫 본회의에서 부의장에 김상희 의원을 선출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5일 우여곡절 끝에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다. 개원을 앞두고 줄다리기에 나섰던 여야는 본회의 직전까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미래통합당이 본회의장을 이탈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국회로 전락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21대 전반기 국회를 책임질 수장으로 박병석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박 의장은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여야의 깊은 갈등의 골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박 의원은 이날 취임 후 당선 인사를 통해 “저는 의회주의자”라며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출신의 국회의장이지만, 야당을 끌어안는 포용 정치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셈이다.

정치에서 말은 중요하다. 그 안에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회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국회의장의 당선 인사는 의회의 현주소와 향후 비전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역대 국회의장들은 취임 이후 어떠한 말을 강조해왔을까. <시사위크>는 역대 국회의장 중 17대 국회 상반기 김원기 전 의장부터 21대 박 의장의 당선 인사를 통해 키워드를 분석했다. 당선 인사 전문은 열린국회정보 정보공개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데이터 분석 웹사이트 ‘젤리랩’의 형태소 분석기를 활용했다. 동사, 조사 등 무의미한 단어들은 배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당선 인사말 분석결과. /젤리랩
박병석 국회의장 당선 인사말 분석결과. /젤리랩

◇ '국민’ 단어 사용한 이유

17대부터 21대 국회의장들이 당선 인사에서 가장 많이 강조했던 단어는 ‘국회’였다. 국회의장으로서 원내 의원들을 상대로 첫인사를 나누는 자리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이번 박 의장의 경우 국회라는 단어를 총 18번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장별로는 정세균(20대‧상반기) 22회, 문희상(20대‧하반기) 36회, 강창희(19대‧상반기) 14회, 정의화(19대‧하반기) 34회, 김형오(18대‧상반기) 17회, 박희태(18대‧하반기) 17회, 김원기(17대‧상반기) 33회, 임채정(17대‧하반기) 22회를 사용했다.

그다음으로 이들이 자주 사용한 단어는 ‘국민’이었다. 박 의장은 이날 총 14번 ‘국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21대 국회가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어줄 것을 호소했다. 

박 의장은 이날 “제가 언제나 마음에 깊이 새기는 경구가 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국민은 정치인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는 것도 국민이라는 뜻”이라며 “21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역대 의장들도 국민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사용했다. 20대 정세균‧문희상 전 의장은 각각 13회‧9회를 사용했다. 19대 강창희‧정의화 전 의장은 8회‧11회, 18대 김형오‧박희태 전 의장은 6회‧10회를 사용했다. 17대 국회 하반기 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장은 13회를 사용했고, 상반기 김원기 전 의장만 이례적으로 ‘국민’이라는 단어를 3회 사용했다.

박 의장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국회가 국민을 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세균 전 의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희상 전 의장 또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국회는 살았고, 신뢰를 잃으면 국회는 지리멸렬했다”고 말했다.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 ‘소통‧협치‧통합’ 단어는 다르지만 빈번하게 강조

앞선 의장들은 단어는 달랐지만, 여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단어들을 자주 사용했다. 20대 하반기 문희상 전 의장의 당선 인사에는 ‘협치(7회)’, ‘야당(5회)’, ‘민생(5회)’이 등장했다. 

문 전 의장은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은 제20대 국회의 태생적 숙명일 것”이라며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장들의 메시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공통됐다. 이들은 모두 협력하는 국회를 호소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변화(5회)’, ‘혁신(4회)’, ‘소통(4회)’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여야(5회)’, ‘위상(4회)’, ‘모두(3회)’, 임채정 전 의장 역시 ‘통합(9회)’, ‘여야(6회)’, ‘함께(5회)’, ‘협력(4회)’ 등을 사용하며 하나 된 국회를 호소했다.

임 전 의장은 “국회가 대화와 토론, 타협 등 통합을 통해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할 때 우리 정치는 한 단계 성숙할 것”이라며 “우리 국회도 대립의 벽을 넘어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날 박 의장의 인사말에서 국회‧국민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사용된 단어는 ‘세상(5회)’, ‘소통(5회)’이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목적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여야가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이 단어들을 통해 드러냈다.

박 의장은 “소통은 정치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소통은 공감을 낳고 합의에 이르는 길이다. 통합도 소통에서 출발한다”라며 이런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 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시기를 권고한다”라며 “(통합당은) 국민들은 당의 입장보다 국익을 위해 결단했던 야당에 더 큰 박수를 보내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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