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불리는 '예술 분야'까지 정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과연 AI는 예술 영역까지 정복할 수 있을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AI)’이 눈부시게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연산능력을 가진 AI는 산업, 계산, 연구,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까지 ‘예술 분야’ 만큼은 결코 AI가 정복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견해가 많다.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감정’이 예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이 깨질지도 모르는 능력을 AI가 보여주고 있다. AI가 그린 그림, 작곡한 음악 등이 등장하면서다. AI는 정말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감정의 영역’을 이해하고 예술 분야까지 정복할 수 있을까. 

구글의 AI화가 '딥드림'이 그린 그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유사하다./ Google

◇ “미술부터 음악까지”… AI 예술가들의 거침없는 행보

AI가 만든 작품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표적인 분야는 ‘미술 분야’다. 미술 작품의 경우 화가와 조각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라 볼 수 있다. AI는 이런 예술가들만의 기법을 모두 학습해 특정 부분을 모방하거나 재현하고, 추상화해 새로운 미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런 AI화가의 대표적인 예는 구글이 만든 ‘딥드림(Deep Dream)’이다. 딥드림은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서 배포한 인공 신경망을 통한 시각화 코드를 말한다. 구글은 지난 2016년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을 4대1로 완파하면서 세계적인 AI 열풍을 몰고온 AI ‘알파고’를 개발한 바 있다. 

딥드림은 새로운 이미지가 입력되면 그 요소를 매우 잘게 나눠 데이터화 시킨 후,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패턴과 대조해 유사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새롭게 입력된 이미지를 기존에 학습된 이미지 패턴에 적용해 작품을 창작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미지의 ‘질감’까지 학습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AI화가가 그린 그림들은 예술작품으로 나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세계 최초로 AI화가 오비어스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경매에 나온 바 있다. 이 작품은 43만2,000달러, 한화 약 5억원의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애초 예상됐던 낙찰가의 40배가 넘는 가격에 이 작품이 판매된 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이 초상화의 인물이 실물 초상이 아닌, 오비어스가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서양화 1만5,000여 작품을 데이터 베이스로 분석해 ‘창작’으로 그려낸 초상화라는 점이다. 오비어스는 여러 가지 학습을 통해 AI 스스로 인간의 얼굴과 모습에 가까운 형태를 그려냈다.

미국 UC산타크루즈 대학교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1990년대부터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AI 작곡가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의 디지털 싱글 앨범 목록./ SoundCloud 캡처

음악 분야에서 AI의 활약은 미술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미국 UC산타크루즈 대학교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1990년대부터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AI작곡가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이 대표적인 예다. 에밀리 하웰은 모차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여러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학습했고, 이를 토대로 화음, 박자 등 수많은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냈으며, 2010년에는 첫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AI작곡가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AI스타트업 ‘에이바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에이바(Aiva)’다. 지난 2018년 12월 글로벌 영화 제작사소니픽처스에서는 에이바가 작곡한 곡을 영화 OST로 사용한 바 있는데, 이를 위해 에이바는 3만개가 넘는 다른 곡들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음악저작권협회(SACEM)에서 ‘작곡가’로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고 있다.

에이바의 작곡 기술은 ‘강화학습’ 기법을 활용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에 기초한다. 강화학습이란 AI가 현재 주어진 상태에 대해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AI가 체스나 바둑을 둘 때, 게임이 종료된 후 직전에 둔 수가 최적이었는지 학습하는 경우가 강화학습의 대표적 예시다. 따라서 체스용 AI는 더 유리한 수를 학습하는 것이고, 에이바는 더 평가가 좋고 잘 어울리는 음악적 구성을 학습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계 전문가들은 AI가 예술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나온 작품들은 모두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결국 모두 기존 작가들의 모방품이라는 것이다./ Getty images

◇ AI가 예술가들 대체한다?… 전문가들 ‘NO!’

다만 예술계 전문가들은 AI가 예술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나온 작품들은 모두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결국 모두 기존 작가들의 모방품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모창 가수, 모작 화가가 있다하더라도, 결국 어떤 원래 작품을 따라하거나, 변형시킨 수준이라면 진정한 예술가라고 평가받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볼 수 있다.

장소영 중앙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가 2019년 발표한 논문 ‘인공지능에 의한 예술 창작의 가능성 연구’에 따르면 예술은 예술가의 주체적인 문제제기에서 시작되는 표현이다. 또한 표현이라는 것은 예술작품의 형식이 내부에서 객관적고 주관적인 모멘트(계기)가 하나의 통일체를 이뤄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예술계에 작품을 출고하는 AI들은 기존 화가, 작곡가 등 예술가들의 표현기법을 유사하게 출력하고, 이를 변형시킨 결과물만 있을 뿐이다. 새롭게 창작해 그렸다고 하는 오비어스의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는 어디서 본 듯한 초상화일뿐이며, 구글 딥드림이 그린 그림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세부적인 모습만 다를뿐 전체적으론 아주 유사하다.

따라서 현재 AI의 작품들은 ‘멋있는 그림’이나 ‘듣기 좋은 음악’ 정도의 가치는 있겠으나, ‘예술가’로서 ‘예술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미술업계 한 종사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미술의 경우 고전파, 사실파, 인상파 등 수많은 역사를 거치며 발전해왔다”며 “여러가지 그림 기법들이 오랜시간 발전된 미술은 단순히 잘그린다와 못그린다로 나뉠 수 있는 부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진기가 처음 발명됐을 때도 미술업계가 전부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왔으나 결국 그렇지 않았다”며 “AI는 결코 미술 분야 뿐만 아니라 음악 분야 등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AI 딥러닝 스타트업인 ‘펄스나인(Pulse9)’은 지난해 26일 자체 개발한 AI예술가 ‘이메진 AI’와 극사실주의 화가 두민이 ‘독도’를 주제로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 ‘Commune with…’을 공개했다. 사진은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두민 작가의 모습./ 펄스나인 유튜브 캡처

◇ 예술업계, “AI는 예술가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다만 예술 분야 전문가들은 AI가 예술가들에게 ‘붓’이나 ‘악기’처럼 AI를 새로운 보조 수단으로는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정교한 부분은 AI가 하되, 고유의 창작활동은 인간이 지속적으로 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AI 딥러닝 스타트업인 ‘펄스나인(Pulse9)’은 지난해 26일 자체 개발한 AI예술가 ‘이메진 AI’와 극사실주의 화가 두민이 ‘독도’를 주제로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 ‘Commune with…’를 공개한 바 있다. AI와 인간 예술가가 합작을 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두민 작가는 수면을 경계로 독도의 땅 위 모습을 서양화 기법으로, 수면에 비친 독도의 모습은 이메진 AI가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후 두민 작가는 수면의 질감이 느껴지도록 코팅작업을 추가해 최종완성했다.

AI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두민 작가는 “예술가와 AI 서로는 결국 물리적으로 구분이 명확히 되고 어쩌면 아직까지 현시점에서 두 존재는 공존할 수 없는 한계가 뚜렷해보인다”며 “어쩌면 이미 다가올 미래에는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I아트라는 것이 현재의 미술을 대신하거나 예술가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공존을 통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미술 사조를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며 “AI는 예술가에게 상상력을 자극해주고 또 다른 미술도구를 선물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