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바’(감독 조슬예)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신민아 분)은 어느 날 동료이자 절친 수진(이유영 분)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실종된 수진을 향한 이영의 애틋함과 달리 동료들은 수진에 대해 의문스러운 말들을 쏟아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영은 완벽한 실력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쓴다. 결국 최고를 지키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과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왔던 수진이 자기가 알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영을 점점 광기로 몰아넣는다.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는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됐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각색, ‘가려진 시간’ 각본을 맡았던 조슬예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자, 배우 신민아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다이빙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다이빙은 힘겹게 정상으로 올라간 뒤 추락하는 순간 비로소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스포츠다. 최고가 되기 위해 추락해야 한다는 다이빙만의 아이러니한 매력은 성공을 향한 집착 속에서 광기에 잠식돼가는 이영과 수진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디바’로 뭉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민아와 이유영, 이규형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디바’로 뭉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민아와 이유영, 이규형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인물 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내밀하게 담아내 공감대를 자아낸다. 이영과 수진은 가장 친한 친구지만, 경쟁자이기도 하다. 모두 잘 되길 바라지만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들의 우정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하고 때론 미움을 사기도 한다. 최고가 되고 싶은 간절함, 친구이기 때문에 더욱 충돌하는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좀처럼 보기 힘든 ‘F등급’(영화 제작 과정에서 여성이 영향을 끼친 정도를 평가해 부여하는 등급) 영화라는 점도 반갑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을 뿐 아니라, 여성 감독과 여성 제작자 여성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여성 중심 서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다이빙을 소재로 한 탓에 수영복을 입은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영화는 화면에 비치는 여성들을 특정 이미지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들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며 관음적으로 담아낸 것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미장센도 눈길을 끈다. 다이빙이라는 스포츠의 생동감과 스릴러 장르의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 다이빙이라는 스포츠가 가진 높이에 대한 공포와 스릴감을 효과적으로 담아냈고, 지상과 물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카메라 워크는 ‘디바’만의 새로운 색깔과 이미지를 보여준다.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신민아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신민아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디바’는 신민아를 위한 영화다. 아니, 신민아가 있기에 ‘디바’가 완성될 수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주인공 이영으로 분한 신민아는 한층 깊어진 연기로 극을 이끈다. 고난도 다이빙 장면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은 물론, 내면에 욕망과 광기를 숨기고 있는 이영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서늘한 얼굴을 보여주는데, 낯설지만 중독성이 강하다. 러닝타임 내내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의 눈빛과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이유영도 좋다. 이영의 가장 친구이자 라이벌 수진으로 분한 그는 여러 얼굴을 가진 안개 같은 수진을 깊이 있는 연기로 담아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영과 수진의 다이빙 코치 현민으로 분한 이규형도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다. 다만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 탓에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러닝타임 84분, 오는 23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