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5 17:09
[기자수첩] 고속도로 제한속도 재검토 필요, 규제만 해서는 답이 없다
[기자수첩] 고속도로 제한속도 재검토 필요, 규제만 해서는 답이 없다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0.10.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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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전방 1km, 제한 속도 100km 단속 구간입니다” “전방 500m, 구간단속 시작지점입니다. 제한속도 110km 구간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하루에도 수십 번 듣는 말이다. 이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구간을 지나칠 때 내비게이션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음성이다. 적지 않은 운전자는 고속도로 과속단속 기준 속도가 100㎞/h인 것에 대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내 고속도로 최고속도 기준은 지난 1979년에 최초로 정해진 것으로,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에는 설계속도가 시속 120km까지로 규정돼 있다. 이를 기준으로 과거 고속도로를 설계했으며, 최고속도 기준을 100~110㎞/h 정도로 지정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상한치는 설계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때문에 현재 국내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대부분이 100~110㎞/h로 제한된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1979년 전후로 국내 도로를 달리던 차량은 현대자동차에서 판매하던 포니와 그라나다, 기아자동차 브리사 등이 있다. 이 차량들은 최고속도가 155~167㎞/h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안전사양도 현재 생산되는 차량과 비교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대부분이 시속 200㎞ 또는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엔진을 품고 있으며, 다양한 첨단안전장비가 탑재돼 있다. 그간 기술은 발전했고, 그만큼 자동차의 성능도 급격히 향상됐다. 또 도로건설 및 포장 기술도 함께 발달했다.

도로포장이 고르게 돼 있으면서 곧게 뻗은 구간 등 기하구조가 양호한 고속도로에서는 적지 않은 운전자가 현행 100~110㎞/h 제한속도를 초과해 주행한다. 일부 운전자는 최고 주행속도가 140㎞/h를 초과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구간에서만 감속한 후 다시 고속주행을 이어간다.

제동과 가속을 반복하면 타이어와 브레이크 디스크·패드, 연료 등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모가 심해진다. 이는 운전자 입장에서도 손해로 다가올 수 있으며, 향후 폐기물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나 제1·2 중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의 제한속도를 상향시킬 수는 없다.

경찰청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 속도위반 단속 기준이 100~110㎞/h로 지정된 고속도로의 경우 이를 상향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의 설계속도가 120㎞/h 이하로 설계돼 이 이상으로 높일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는 편도 4차로 이상 또는 곧게 뻗은 구간이 존재하지만, 과거 고속도로를 설계했을 당시 설계속도가 100~110㎞/h 수준이라 속도위반 단속 기준을 설계속도 이상으로 높일 수 없다는 얘기다. 안전에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이에 대해서는 운전자들도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지금부터 착공을 시작하는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설계속도를 높여 착공을 하고,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높일 수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행법으로 인해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의 성능 향상과 운전자들의 주행 실태 등 현실을 감안해 도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기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초고속도로 선형설계 기준에 대한 지침을 제정할 계획을 세웠다. ‘초고속도로 선형설계지침 마련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이를 토대로 고속도로 설계속도를 현재의 120㎞/h에서 140㎞/h로 상향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이를 서울~세종고속도로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당시 김일평 국토부 도로국장은 “속도를 높이려면 도로의 곡선 선형이 펴져야 한다”며 “운행 제한속도가 높아지려면 도로교통법 규정이 바뀌어야 된다. 앞으로 설계기준 연구 과정에서 경찰 측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자동차가 140㎞/h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의 기준을 세워두면 이에 맞는 도로가 건설되고 이후 운행 제한 속도도 상향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즉, 현재 한국 건설·토목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으로 고속도로를 설계할 때 곡선 구간의 선형을 보다 완만하게 계획 및 시공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고속도로 제한속도 상향 계획은 경찰청 측의 반발로 인해 무산됐다. 당시 국토부의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등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서울~세종고속도로 설계속도는 기존 120㎞/h 수준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고속도로의 제한속도 단속 기준은 아직 결정 나지는 않았으나 110~120㎞/h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는 편도 2차로 이상 고속도로의 최고속도는 100㎞/h이며 경찰청장이 지정·고시한 노선은 120㎞/h까지 달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속 120km로 고시된 노선은 없다. 그나마 제한속도가 110㎞/h로 고시된 구간으로는 △경부선(천안나들목∼양재나들목) △서해안선 △중부선·제2중부선 △중부내륙선 일부 구간 등이 있다.

4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는 법(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으로 인해 고속도로를 더 곧고 안전하게 만들어 제한속도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규제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과 규제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와 관련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