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정말 먼 곳] 평범함, 누군가에겐 닿을 수 없는
2021. 03. 0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그린나래미디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번엔 다를 줄 알았어.” 서울을 떠나온 진우(강길우 분)는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딸 설(김시하 분)과 함께 화천의 한 목장에 정착해 조용한 나날을 보낸다. 오랜 연인 현민(홍경 분)이 화천에 찾아온 이후 그와 함께 생활을 하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지만,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쌍둥이 여동생 은영(이상희 분)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담은 작품으로, 첫 장편 데뷔작 ‘한강에게’로 높은 완성도를 입증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근영 감독의 신작이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제13회 진주같은영화제 △제24회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름다운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잡는 ‘정말 먼 곳’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아름다운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잡는 ‘정말 먼 곳’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성소수자, 미혼모, 치매노인 등 여러 삶의 형태를 다양한 관점으로 그려내 ‘거리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이 ‘욕심’으로 여겨지는 사회 속 성소수자 진우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과 사회와의 거리감, 생각의 거리감에서 비롯되는 고정관념, 그리고 편견에 대한 상념에 젖게 한다.

퀴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점도 좋다. 잔잔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녹여내 어떠한 판단 없이 오롯이 극에 집중하게 한다. 사랑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인물들의 두려움과 용기, 화해와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내 공감을 자아내고 짙은 여운을 안긴다.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영상미는 ‘정말 먼 곳’의 가장 큰 미덕이다. 단풍이 들기 직전부터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을 때까지 강원도 화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 시선을 붙잡는다.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목장부터 진우와 현민 둘만의 공간이었던 파로호,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산 중턱까지 아름다운 미장센이 영화의 감성을 배가시킨다. 

‘정말 먼 곳’에서 열연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길우‧이상희‧김시하‧홍경‧기주봉. /그린나래미디어
‘정말 먼 곳’에서 열연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길우‧이상희‧김시하‧홍경‧기주봉. /그린나래미디어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진우 역의 강길우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담아내 몰입도를 높인다. 현민을 연기한 홍경도 좋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뜨거운 진우의 곁에서 적정한 온도로 균형을 맞춘다. 이상희‧기주봉(중만 역)‧기도영(문경 역)‧최금순(명순 역), 아역배우 김시하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박근영 감독은 “진우는 안식처를 찾아 멀리 떠났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지역사회에서의 시선을 맞이하며 결국 좌절을 겪게 된다”며 “지금도 우리 안에 존재하는 혐오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회와 소수자와의 거리감을 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15분,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