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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㊽] ‘출산휴가 6개월’ 이케아의 진짜 비결
2021. 03. 29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이케아코리아는 유급 출산휴가 6개월,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이란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인 출산을 충분히 챙길 수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이케아코리아는 유급 출산휴가 6개월,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이란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인 출산을 충분히 챙길 수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다시 봄이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마침표는 여전히 요원합니다만, 일상 속 색감을 더해주는 파릇파릇한 새싹과 피어나는 꽃들이 위로가 되네요. 생명의 위대한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연재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2년하고도 9개월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사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관련 대책과 제도, 지원 등이 대폭 늘어났죠. 10년 전, 5년 전은 물론 저희의 첫 아이가 태어난 3년 전과 비교해 봐도 개선되고 좋아진 것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출산문제의 거침없는 질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수는 마침내 3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우리나라의 인구수 추이는 이제 순감소세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올해는 말할 것도 없고 당분간 이러한 추세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한 해에 50만 명씩 아이들이 태어나던 시절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거니와, 단기간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개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니다. 비록, 출생아수나 출산율 같은 수치가 눈에 띄게 나아지진 않더라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죠 .

통상적인 것보다 훨씬 긴 이케아의 출산휴가 및 배우자 출산휴가는 해당되는 모든 직원이 100%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케아코리아
통상적인 것보다 훨씬 긴 이케아의 출산휴가 및 배우자 출산휴가는 해당되는 모든 직원이 100%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케아코리아

◇ 파격적인 출산·육아 지원, ‘재투자’로 바라보다

오늘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좋은 롤모델이 될 만한 곳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그에 앞서, 혹시나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 것 아닌지 오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밝힙니다. 사실, 처음 접근하고 취재를 진행할 땐 기자라는 직업상 의심과 비판정신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 또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깊이 들여다볼수록,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요샛말로 ‘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이케아코리아입니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겐 더욱 친숙한 기업일 텐데요. 이케아는 아이 키우는 가정에게 좋은 제품과 쇼핑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사 직원(이케아에선 ‘코워커’라고 표현합니다)들이 일과 삶, 특히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과정부터 파격적입니다. 국내에서 통상 유급 출산휴가는 3개월이 적용되는데요. 이케아는 2배인 무려 6개월입니다. 배우자 출산휴가 역시 1개월에 달합니다. 이 역시 유급이죠. 심지어 입양휴가 역시 1개월 유급이라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출산휴가 및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모든 직원들이 6개월과 1개월의 기간을 모두 꽉 채운다는 겁니다. 겉만 번지르르 한, 그림의 떡이 아닌 거죠.

사실, 근래 수년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출산·육아 관련 지원이나 인프라를 앞 다퉈 대폭 강화했습니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고요. 다만, 실제로는 직원들이 그 좋은 제도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눈치보기와 같은 조직문화 문제 때문이기도 했고, 업무공백을 원활히 메울 수 없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기도 했죠.

얼마나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느냐를 넘어, 그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을 지니고 있느냐의 차이는 결국 문제를 대하는 진정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케아는 직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다양한 사내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는데요. 이것의 명칭은 다름 아닌 ‘도담도담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도담도담’은 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방향이 명칭에서부터 고스란히 반영돼있죠.

이케아는 “직원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들을 응원하고, 함께 동행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며 “출산휴가 역시 출산이란 특별한 순간을 맞은 직원이 충분한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낸 뒤 건강하게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합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하면, 이케아에선 동료나 매니저, 관계부서 담당자가 먼저 자연스럽게 출산휴가 사용 일정에 대해 물어본다고 합니다. 6개월과 1개월에 달하는 출산휴가를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사용 여부를 묻는 게 아니라 업무공백 메울 준비를 시작하는 거죠.

가장 현실적이고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일 텐데요. 6개월의 출산휴가, 1개월의 배우자 출산휴가는 통상적인 출산휴가에 비해 비용부담이 2~3배 이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물론, 대체인력 비용까지 더해지기 때문이죠. 정부 차원의 지원에도 한도가 있고요.

그런데 이에 대한 이케아의 시각도 꽤나 인상적입니다. 이케아는 출산휴가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재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가족이 안정돼야 회사에서도 편하게, 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체인력 또한 단순히 공백을 메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직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유능한 직원을 확보하는 고용창출의 개념으로 보고 있죠.

또 있습니다. 이케아의 핵심 타깃고객층은 아이를 둔 가정입니다. 넓게, 또 멀리 내다봤을 때 심각한 저출산문제는 이케아의 미래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죠. 이케아가 파격적인 출산휴가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적극 운영하면서 이를 재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좋은 문화를 확산시키면, 궁극적으로는 이케아의 미래 사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온다는 시각이죠.

사실, 이것은 이케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대폭 줄어든 출생아수는 소비자 또한 크게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일을 할 젊은이들도 당연히 줄어들 거고요. 이는 산업 전반은 물론,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고요.

제가 이케아를 조명하는 이유는 단순히 출산휴가의 기간이 길어서가 아닙니다. 좋은 제도를 마련해놓고 있을 뿐 아니라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비결이 다름 아닌 바람직한 관점과 진정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널리널리 퍼뜨리고 싶은 이케아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