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 분)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 땅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유승목 분),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분), 이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 분)까지, 인생 역전을 꿈꾸며 모인 여섯 명의 도유꾼들.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의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물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하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다소 아쉽다.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도유 범죄’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워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뻔한 전개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고, 결말도 진부하다. 특히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땅속 세계는 꽤 사실감 있게 담겼지만, 지난해 개봉한 ‘도굴’(감독 박정배)을 떠올리게 하며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

캐릭터 구성이 아쉬운 ‘파이프라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캐릭터 구성이 아쉬운 ‘파이프라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음문석‧ 서인국‧배다빈‧태항호‧이수혁‧유승목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캐릭터 구성 역시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겉은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리더 핀돌이부터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지만 결국 ‘의리’를 택하는 잡새, 험상궂은 외모 속 여린 내면을 가진 큰삽 등 그동안 수많은 케이퍼 무비에서 봐왔던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평면적인 여성 캐릭터 카운터까지,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니, 케이퍼 무비로서의 매력도 전혀 느낄 수 없다. 특히 웃음 타율이 낮다. 영화 내내 코믹한 상황 연출과 멤버들의 ‘티카타카’로 웃음을 주고자 했지만, ‘빵’ 터지는 재미는 없다. 여기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야기, 끝없이 이어지는 반전이 더해져 자꾸만 시계를 확인하게 한다.

아쉬움을 채우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서인국은 거침없고 자신감 넘치는 핀돌이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이수혁은 유약함과 사악함을 동시에 지닌 악인을 완성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음문석‧유승목‧태항호‧배다빈도 제 몫을 해낸다.

‘파이프라인’은 유하 감독의 첫 범죄 오락 장르다. 그는 “그동안 선보인 영화들과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라며 “같은 소재, 똑같은 메뉴를 하다 보니 색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장르 변화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의 선택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러닝타임 108분,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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