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비정상적으로 식욕이 경험을 했다는 후기글이 잇따라 이목을 끌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어느덧 넉 달째를 맞이했다. 4일 0시 기준으로, 1차 접종 누적자가 7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종류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누적 접종자는 454만6,334명,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자는 253만9,958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온라인상으로 접종 후기를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비정상적으로 식욕이 증가하는 경험을 했다는 후기글이 잇따라 이목을 끌고 있다. 백신접종과 식욕 증가. 과연 연관성이 있을까. 

◇ AZ 백신 접종 후 식욕급증 경험담 잇따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최근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일시적으로 식욕이 왕성해지는 증상을 겪었다는 후기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런 경험담은 초기에는 우스갯소리로만 인식됐지만, 최근 관련 글이 잇따르면서 “실제로 식욕의 비정상적 증가가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모 네티즌은 지난 2일 ‘식욕 폭발 -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숨겨진 부작용’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우리 게시판에서도 한때 고백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저도 식욕 폭발의 부작용을 직접 겪었다”면서 “다들 그냥 웃으며 재미로 넘겼는데, 여러 커뮤니티에서 식욕 폭발을 증언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정도면 노이즈를 넘어 인과관계가 제법 있어 보이는 부작용 같다”며 주장했다. 

이어 해당 네티즌은 “질병관리청에 이상반응을 신고하신 분은 없으시죠?”라고 질문하며 자신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식욕 부진과 달리, 일시적인 식욕증가는 몸에 크게 무리를 주진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게시글에는 백신 접종 후, 같은 식욕 증가 경험을 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외에 다른 온라인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도 일시적인 식욕 증가 증상을 겪었다는 후기글이 다수 존재한다. 

AZ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 유전자를 침팬지에게만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배양 생산한 후 사람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AZ 백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는 코로나19 백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월 10일 AZ 백신에 대해 조건부로 품목허가 승인을 냈다. 당시 식약처는 일반적으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 사례는 “주사부위 통증, 압통, 멍, 온감, 발적, 피로, 두통, 근육통, 권태, 열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이상반응 사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식욕과 관련된 이상반응 사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단 한 차례도 언급된 바 없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코로나19 백신(AZ·화이자) 전체 1·2차 접종 후, 전체 이상반응 신고건수는 2만7,352건이었다. 이 중 AZ 신고건수는 2만238건으로 나타났다. 신고건수 중 대부분이 근육통(신고율 48.8%) △발열(38.8%) △두통(35.7%) △오한(25.7%) △메스꺼움(17.5%) △어지러움(15.7%) △접종 부위 통증 및 발적, 부기(9.5%) △알레르기 반응(8.5%) △구토(6.8%) △복통(2.6%), 설사(2.4%) 등 일반적인 경증 이상반응이 주를 이뤘다.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 의심 사례 신고건수는 전체 신고건 중 비율이 높지 않았다. 

◇ 의학전문가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식욕증가 연관성 없어”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이 발표한 이상반응발생동향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이상 신고 사례 중 식욕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식욕 증가는 물론, 식욕 감퇴에 대한 내용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식욕증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식욕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진다.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에는 그렐린과 렙틴이 있다. 위장에서 분비되는 그렐린 호르몬이 늘어나면, 식욕을 증가시키고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식욕을 억제시킨다.

의학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식욕증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식욕증가 관련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전무하다고 봤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백신 접종이 식욕 증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가 백신 접종을 굉장히 특별한 상황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실제로는 무슨 호르몬 변화라든지, 전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도 어렵다. 식욕 촉진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심리적인 요인이 (식욕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파티마 소아과 교수)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마 부회장은 “AZ 백신 접종이 식욕 증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코로나19 백신 외에 어떤 다른 백신도 접종 후 식욕이 증가한 이상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은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호르몬과의 연관성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백신 접종 후, 일시적인 식욕 감퇴 증상은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마 부회장은 “백신을 맞게 되면, 어떤 의미에서 (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욕이 증가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보다는 일시적인 식욕감퇴 증상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마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의료인 532명을 대상으로 이상반응을 자체 설문한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인 160명이 식욕감소 및 부진 증상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식욕증가 증상을 호소한 이는 없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식욕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의학 및 과학적 근거가 없다.

※ 최종결론 : 사실아님

- 식품의약품안전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 발표 자료 

- 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분석 결과)

https://ncv.kdca.go.kr/board.es?mid=a11707010000&bid=0032#content

-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인터뷰 

-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파티마 소아과 교수) 인터뷰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