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AZ, 희귀혈전증 부작용에 50세↑ 권고… 40대 이하는 예약불가
화이자·모더나 대비 선호도 낮아… ‘AZ 잔여백신’ 수백 도즈 연일 발생
유럽국가, AZ 백신 사용 않거나 고령자 위주 접종 기조 변함없어

/ 뉴시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기존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이라고 강조하며 허가 범위 내에서 접종 연령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AZ 백신은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50세 이상 국민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모더나사에서 이번달 한국 정부에 공급 예정이었던 850만 회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절반 이하’만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모더나 백신이 제조 공정상 문제로 인해 170만 회분 정도가 8월로 연기된 것에 이은 두 번째 백신 수급 차질이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 백신 접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어 발생하는 백신 수급 차질과는 반대로 기존에 정부가 가장 많이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는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은 재고가 계속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백신 수급 차질이 계속 발생하면 AZ 백신의 접종 연령을 낮출수도 있다는 ‘플랜B’를 밝히기도 해 ‘재고떨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도입 물량과 접종대상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연이어 발생한 모더나 수급 차질과 관련해 ‘일시적인 모더나 백신 물량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AZ 백신의 접종 연령을 낮춰 접종을 할 수 있나”라는 질의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해당 질의에 “AZ 백신은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이라 백신 수급이나 유행 상황에 따라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며 “상황들이 변동 가능하면 접종 연령 등은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 심의위를 거쳐서 검토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했다.

AZ 백신은 희귀 혈전증(혈액응고) 발생 가능성 때문에 현재는 50세 이상에게만 접종되고 있다. 그러나 정 청장의 발언은 AZ 백신이 기존에 18세 이상 접종으로 허가가 난 만큼 AZ 백신 재고를 처리하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접종 권고 연령을 현행 50세 이상에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정부가 보유 중인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AZ 백신 물량이 가장 많은 상황이다. 지난 8일 0시 기준 정부가 확보해 접종을 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은 △AZ 522만8,200회분 △화이자 476만500회분 △모더나 32만6,200회분 △얀센 10만800회분 등 총 1,041만5,700회분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AZ 백신이다.

또 AZ 백신은 50세 이상만 접종을 권고하고 있고, 예약 시스템도 50세 미만인 국민들에게는 제한한 상황이다. 사실상 50세 미만의 국민은 현재 AZ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접종 대상이 제한적인 점과 희귀 혈전증 등 부작용으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대비 선호도가 낮아 지난 9일부터는 잔여백신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카카오톡 잔여백신 갈무리
10일 오전과 오후 여러 차례 잔여백신을 확인해봤으나, 대부분 AZ 백신이며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 카카오톡 잔여백신 페이지 갈무리

10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카카오톡 잔여백신’ 맵을 통해 서울과 인천·수원·고양·성남·부천·김포·광명(인구 순) 등 수도권에 이날 발생한 잔여백신을 보유 중인 의료기관 100여곳 이상을 확인한 결과 모두 AZ 백신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대구·대전·울산·청주 등 지방 도시에 위치한 의료기관에서 보유 중인 잔여백신도 대부분이 AZ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의 의료기관에서 보유 중인 AZ 백신 잔여분은 적게는 1∼3회분, 많게는 7회분 이상, 최대 11회분까지 존재했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잔여백신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9일에도 동일하게 발생했다.

백신은 당일 개봉한 접종분을 당일 사용하고, 잔량은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잔여백신은 이렇게 발생한 잔량을 등록해 희망자에 한해 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AZ 백신의 경우 주사기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백신 1병에서 최대 12회 분량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현상에 지난 9일 브리핑에서는 “모더나 수급에 계속 차질이 빚어진다면 (AZ) 교차 접종도 할 수 있는가”라는 질의도 이어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현재는 1차로 AZ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 한해 2차로 화이자 백신을 활용하는 교차 접종만 이뤄지고 있다”며 “모더나 백신과 다른 백신에 대해서는 교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국가 및 호주 등에서는 AZ 백신을 접종한 젊은 이들 사이에서 혈전증 또는 자가면역 체계가 신경계를 공격하는 희귀 가가면역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해 AZ 백신 접종 연령을 55세 이상 또는 60세 이상 고령자로 제한하거나, AZ 백신 사용 자체를 중단하고 나섰다.

AZ 백신 사용을 완전 중단한 국가로는 노르웨이·덴마크·스위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호주와 이탈리아에서는 AZ 백신 접종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AZ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과 관련해 지난 7월 캐나다 맥매스터대 이샥 나지 교수 연구팀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기술을 이용한 백신(AZ·얀센) 접종자 중 일부에서 비정상적 항체가 만들어지고, 이 항체가 특정 혈소판 단백질인 ’PF4‘에 달라붙어 혈전을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AZ 및 영국 옥스퍼드대, 존슨앤존슨(J&J) 연구팀은 현재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AZ·얀센 코로나19 백신을 개선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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