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이하 ‘여고괴담6’)가 시리즈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까. /kth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이하 ‘여고괴담6’)가 시리즈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까. /kth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시리즈 특유의 정서를 지켜내면서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녹여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단 각오다. 배우 김서형‧김현수의 만남도 기대 포인트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이하 ‘여고괴담6’)가 시리즈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까.  

고교시절의 기억을 잃은 은희(김서형 분)는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한 후부터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아로 내몰린 하영(김현수 분)은 홀리듯 들어간 학교의 폐쇄된 장소에서 귀신 소리를 듣게 되고, 그곳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은희와 마주친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 그 장소에 있는 존재와 연관됐음을 알게 되고, 곧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여고괴담6’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화장실을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다소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여고괴담6’. 사진은 김서형(위)와 김현수. /kth
다소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여고괴담6’. 사진은 김서형(위)와 김현수. /kth

1998년 첫 선을 보인 뒤, 2009년 ‘여고괴담5’까지 신선한 소재와 혁신적인 촬영 기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한국 대표 공포영화 ‘여고괴담’의 여섯 번째 이야기이자, 12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여고괴담6’는 다소 아쉬운 결과물을 내놨다. 가장 큰 문제는 공포물의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학교괴담’을 활용해 시리즈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사실적인 공포를 선사하고자 했지만, 지나치게 ‘친숙한’ 느낌이 오히려 공포감을 반감시켰다. 다수의 웰메이드 공포물을 경험하며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매우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장황하고 진부한 스토리도 아쉽다. 우리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녹여내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전형적이고 촘촘하지 않아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끌어온 지점은 무리수적 설정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또 인물의 사연과 상황을 과하게 설명적으로 그려냄에도 불구하고, 장황하고 산만한 전개로 러닝타임 내내 물음표가 떠나질 않는다. 

‘여고괴담6’의 유일한 장점은 배우들이다. /kth
‘여고괴담6’의 유일한 장점은 배우들이다. /kth

유일한 장점은 배우들이다. 먼저 ‘여고괴담4-목소리’(2005) 이후 다시 한 번 시리즈에 컴백한 김서형은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와 마주하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것은 물론, 다면적인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한 인물로 완성해냈다. 

하영 역의 김현수도 좋다. 모범생에서 갑자기 냉소적이고 반항적으로 변한 하영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김서형에 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유튜버 지망생 소연 역을 맡은 최리, 은희의 곁을 떠도는 재연을 연기한 김형서까지 ‘스타 등용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실력파 신예들을 발굴, 시선을 사로잡는다. 러닝타임 108분,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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