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경형 외 5,500만원 이하 전기차, 국산 3종·수입 6종 불과
일부 전기차 올해 보조금 100% 상한 맞춰 출시했는데… 규제 강화에 난색

메르세데스-벤츠는 콤팩트 순수전기 SUV 더 뉴 EQA를 오는 7월 국내에 판매를 시작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더욱 강화하면서 내년부터는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7월 국내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콤팩트 순수전기 SUV 더 뉴 EQA.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저공해자동차 구매 보조금의 지급 기준 상한선을 또 낮춘다. 올해까지는 6,000만원 미만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100% 지급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기준을 5,5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환경 당국은 보조금 지급 기준 상한액을 낮춰 대중형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8월부터 차량 제작사, 지방자치단체, 관계 부처 등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지침’ 개정을 협의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액은 각 차종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환경부는 지자체, 관계부처 등 유관기관 협의가 마무리되는 데로 보조금 지침 개정안을 내년 1월 초에 확정할 계획이다.

5,500만원이 넘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5,500만원∼8,500만원에 해당되는 경우 보조금 50%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8,500만원이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는 9,000만원이 기준이다.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이 5,500만원으로 확정될 시 이 기준에 부합하는 전기차 종류는 초소형과 경형 및 상용(트럭) 전기차를 제외하고 국산 3종·수입 6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일부 모델은 트림에 따라 가격이 5,500만원을 넘기도 해 같은 차량이지만 사양이 낮은 모델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산 전기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니로 EV 등이며, 수입 전기차 △르노삼성자동차 조에 △쉐보레 볼트(EV·EUV) △푸조 e-208·e-2008 △DS 3 크로스백 E-텐스 등 총 9종이 5,500만원 미만 전기차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출범 후 첫 모델인 아이오닉5를 공개했다. /현대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일부 전기차가 내년부터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 전망이다.  / 현대자동차

이 중 아이오닉5와 EV6는 트림에 따라 가격이 5,500만원을 초과하기도 한다. 아이오닉5 최상위 트림인 롱레인지 프레스티지 모델은 5,700만원대며, EV6 롱레인지 어스는 5,900만원대다. 모두 올해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6,000만원 미만에는 해당되지만, 정부의 기준 강화로 인해 내년부터는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60과 수입 전기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QA도 올해 기본 트림의 출시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100% 상한선인 5,990만원대로 책정했는데, 1년만에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생겼다.

내년 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우디의 전기차 Q4 e-트론에도 불똥이 튀었다. 아우디 Q4 e-트론은 최근 열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제프 매너링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6,000만원 미만으로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5,5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되면 내년 기준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올해 6,000만원 미만의 전기차 구매자가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은 서울시 기준 국고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쳐 최대 1,000만원이다. 이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6,000만원 미만의 모델은 5,000만원 이하의 비용에 출고가 가능하다.

그런데 내년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강화되면 1년 만에 500만원 정도의 차이로 인해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5,500만원∼6,000만원에 출고가가 확정된 일부 전기차 모델의 소비자 실 구매가는 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전기차 모델에 적용되는 보조금 상한 금액도 하향조정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상 내년에는 5,500만원 이하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실 구매 비용이 올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보다 많은 전기차 보급을 위한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전기차 관련 예산은 1조9,352억원으로, 올해 전기차 예산 1조1,226억원보다 8,000억원 이상 늘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보조금 지급 금액까지 조정하는 것은 더욱 많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나눠주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전기차 관련 예산이 늘어난 만큼 내년에는 20만7,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1∼11월) 연간 신차 등록 통계 기준 10%를 웃도는 수치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긴 하지만, 정작 소비자 개개인의 부담이 늘어 내년 전기차 판매 확대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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