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LG전자의 태양광 사업 철수가 중국산 패널 등과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인한 실적 부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태양광 사업 발전을 위해 중국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LG전자가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을 철수한다. 공식적인 LG전자 측 입장은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성과가 불분명한 태양광 대신 핵심 사업과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태양광 업계와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 업체들의 물량공세에 LG전자가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것이 주요 원인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이번 LG전자의 사업 철수가 국내 태양광 사업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12년 만에 태양광 접은 LG전자 

LG전자는 23일,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BS(Business Solutions)사업본부 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태양광 패널과 N타입, 양면형 모듈 등 고효율 프리미엄 태양광 모델 사업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국내외 태양광 시장에서의 저가 제품 판매 확대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의 문제로 지속적인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번 철수를 결정했다는 것이 LG전자 측 입장이다.

LG전자는 23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서도 “태양광 패널 사업의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 부진과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한 핵심 사업으로의 역량 집중 및 사업 구조 개선이 이번 태양광 패널 사업 생산 및 판매 종료 배경”이라고 명시했다.

실제로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은 지난 2010년 시작한 이후 지속적인 매출 수익성 악화 추세를 겪었다. 특히 증권가에 따르면 2019년 1조1,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8,200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영업손실액도 2,000억원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LG전자의 태양광 사업 부진 및 철수에 대해 국내 태양광 업계 종사자들과 증권가 전문가들은 중국의 값싼 태양광 패널 물량이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력 자체에서는 LG전자가 앞서지만 저렴한 가격과 생산량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의 김지산 연구원도 24일 ‘LG전자-태양광 중단,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의 완성’ 리포트를 통해 “폴리실리콘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중국 경쟁사들 주도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며 “LG전자는 고출력,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했지만, 1%대의 낮은 시장점유율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태양광 사업 철수로 LG전자 자체는 전체 사업의 효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높은 영업손실을 보던 태양광 사업 대신 프리미엄 TV와 가전 등 LG전자가 높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핵심 사업들의 역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도 “스마트폰에 이어 LG전자가 태양광 사업 중단을 발표하면서 적자 사업은 자동차부품만 남았다”며 “여기서 자동차부품은 성장 사업으로 올해 분기 단위로 흑자 전환할 전망인데다 태양광 사업 중단으로 전사 영업이익이 개선되며 B2B사업의 효율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 장악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기술력 확보와 신시장 및 신사업 개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전문가들 “기술력 향상, 신시장 개척 등 필요”

다만 국내 중·소형 태양광 업계는 여전히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LG전자 같은 대기업들조차 중국의 태양광 패널 물량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마당에 대기업처럼 네임벨류이 없는 작은 기업은 더욱 버티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LG전자의 사업철수로 국내서 태양광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은 이제 한화 큐셀과 현대에너지솔루션뿐이다. 그마나 한화큐셀의 경우에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인해 지난해 매출은 3조5,68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영업손실 역시 3,285억원으로 적자전환을 면치 못했다.

이 가운데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 장악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KIAT)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태양광 시장동향 및 우리기업 진출 전략(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태양광 관련 사업 전반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폴리실리콘 63% △잉곳 95% △웨이퍼 97% △ 전지 79% △ 모듈 71%로 태양광 사업 관련 주요 부품 및 핵심 재료 생산 대부분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19년 모듈 출하량 기준 글로벌 기업 상위 10개사 중 7곳이 Jinko Solar, JA Solar 등 중국기업에 해당해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차지할 영역이 매우 좁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은 전 세계 국가들이 ‘탄소 중립’을 외치며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를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 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2020년 766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태양광 발전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8.1%을 보이며 오는 2025년 2025년에는 1,13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AT) 조의윤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동향 및 우리기업 진출 전략(2021)’ 보고서를 통해 “전지 및 모듈에 제한된 우리기업의 태양광 공급망 참여를 업스트림(에너지 생산 부문)과 다운스트림(에너지 판매 부문)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의 저전력, 저단가 업스트림 제조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인도, 베트남 등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신시장 진출은 현지 수요 및 실정에 대한 면밀한 관찰도 필요하다. 특히 베트남 자체의 전력 인프라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 중 스마트 그리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과 공동 진출한다면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시장 경쟁력 강화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특히 “원가 절감에 성공한 중국기업이 글로벌 태양광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나 미국, 인도 등 중국과 갈등을 겪는 국가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 여력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며 “탄소국경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태양광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차세대 고효율 전지 개발 등 기술력 향상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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