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국자, 백신 3차 접종 시 격리 면제… 단 PCR 음성 必
24개국, 코로나19 관련 규제 철폐… 그 외 국가, PCR 증명서 요구 여전
여행 직전 확진 시 항공권·호텔 취소해야…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지만, 항공·여행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지난 1일부터 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입국자들에 대해 자가 격리 및 시설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다. 이에 국내 항공·여행업계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어 대승적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에서는 지난 18일부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 행사‧집회, 종교활동 등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된 모든 조치가 해제됐다. 정부는 한 달간의 이행 기간을 거쳐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도 없앨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입국자에 대한 조치 완화와 관련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현재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여객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했다면 격리 조치가 면제되지만, 전제 조건으로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대처를 여전히 유지하는 이유는 확진자의 입국을 제한해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4월 1일부터 18일까지 코로나19 확진으로 집계된 환자 수는 총 309만6,846명인데, 이 가운데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는 514명에 불과하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0.017%다. 사실상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99.9%가 국내에서 전염되는 셈이다. 항공·여행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입국자를 규제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항공 산업 정상화와 노동자의 일자리 복귀가 조속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입국자들에 대한 PCR 검사 면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월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면제를 실시했지만, 이미 미국·유럽 등 총 39개국에서 외국인에 대한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며 “현재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 시 아직도 PCR 음성 검사서를 요구하고 있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방역 정책은 여객 수요 회복의 발목을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버스나 지하철에 탑승하는 사람들에게 PCR 음성결과서를 요구하고 있는가, 왜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게만 PCR 음성 결과서를 요구하나”라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입국 시 PCR 검사를 면제해만 항공산업이 살고, 노동자들이 산다”고 촉구했다.

/ 뉴시스
최근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 등으로 해외여행객이 소폭 늘어나는 현상이 감지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 뉴시스

한국여행업협회(KATA)도 지난 5일 질병관리청에 해외입국자 방역절차 개선·완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최근 일상 회복을 위한 방역 완화에도 여전히 출입국과 관련한 절차는 복잡해 여행 수요 회복과 여행산업 정상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방역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주장대로 현재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소비자들도 방역 관련 규제 여부에 관심이 크다. 입국 시 격리 조치가 없는 국가라면 단기간 해외여행도 충분히 가능하고, 비용적으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 PCR 검사까지 면제해주는 국가라면 별도의 PCR 검사 및 영문 증명서 발급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검사 결과서를 지참하지 않아도 돼 훨씬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해외의 여행객들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백신 접종 증명서 및 PCR 음성 영문 증명서 등 조치를 완전히 폐지한 국가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영국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16개국과 몽골·사우디아라비아·코스타리카·가봉 등 모두 24개국이다.

프랑스는 백신 3차 접종 완료자에 대해 접종완료 영문 증명서 지참 시 입국을 허용하며, 오스트리아·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주요 유럽국 일부는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 회복증명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제시할 경우 자가격리 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그 외 미국·캐나다·독일·터키·호주 등 다수 국가에서는 백신 3차 접종과 PCR 음성 증명서를 지참하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는 PCR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PCR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는 국가로 여행을 계획 중인 경우라면 출국 직전 시행한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올 시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모두 취소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상존한다. 이 경우 취소 수수료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국민들의 여행 수요를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정 변경 및 취소가 가능한 항공권을 선택한다면 취소 수수료 문제에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으나, 대신 비용이 더 비싼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항공·여행 수요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를 비롯해 다수의 국가에서 PCR 검사 폐지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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