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2021년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화폐화 측정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SK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SK그룹이 올해도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화해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가치 측정 산식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SK, 지난해 사회적가치 18조4,000억원 창출

SK는 23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2021년 SK 사회적가치 화폐화 측정 성과 발표’ 언론 설명회를 열었다. SK의 발표에 따르면 전 관계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가치 총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7조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SK는 경제적가치(EV·economic value)와 사회적가치(SV·social value)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화해 발표해 왔다. 사회적가치는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는데 기여한 가치를 뜻한다. 

특히 SK는 이번에 사회적 가치 측정 산식과 데이터를 전격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SK에 따르면 우선 사회적가치는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 판매, 인력, 비즈니스 파트너 협력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긍정 성과’(+)와 ‘부정 성과’(-)를 함께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사회적가치 화폐화 값은 △베이스라인(시장평균 기준) △화폐화 단위기준(국제기구·정부·협회 등 발표지표 적용) △기여도 등 세 가지 주요 항목을 적용해 도출한다. 즉, 자사 제품·서비스가 전체 시장평균치를 초과 또는 미달하는지, 사회적가치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따져 수치화하고, 여기에 공신력있는 국제기구 등의 지표수치를 곱한 값으로 사회적가치 총액을 산정한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SK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의  ‘폐열 활용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측정 방식을 보다 자세히 전했다. 지난해 SK인천석유화학은 공장 가동 중에 발생하는 폐열을 인근 주거단지 냉·난방 에너지로 공급해 온실가스 저감을 실현했다. 그 결과,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28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계수 및 감축비용, 공급열량 등을 대입해 산출된 금액이다.

◇ 사회적가치 측정 산식 “여론 수렴으로 투명성·시스템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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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SK인천석유화학이 폐열 활용에 따른 온실감축 노력으로 28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SK

이날 이형희 SV위원회 위원장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 측정 산식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SK 사회적가치 창출 및 화폐화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측정 방식을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경제적 가치와 달리,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우리의 측정 방식이 현재로서 완벽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측정해보니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예컨대, 탄소배출을 포함을 했다면 얼마의 마이너스(값)으로 평가해야 할지, 저희가 산출한 가치 효과를 외부에선 얼마나 공신력 있게 인정해줄 지 등 여러 고민이 많았다. 이에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이번에 사회적가치 산출 방식을 공개하게 됐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투명성을 높이고 측정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결정엔 최태원 회장의 소통 의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긍정적인 측정 결과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와의 소통 과정 등에서 보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SK의 지난해 사회적가치 성과를 지표별로 살펴보면 경제 간접 기여성과는 19조3,443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는 고용 10조1,000억원, 배당 3조4,000억원, 납세 5조9,000억원 성과를 합한 금액이다. 관계사 실적개선 등에 힘입어 납세와 고용 성과는 전년 대비 100%, 39%씩 각각 늘어났다. 

반면, 환경성과지표는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SK의 지난해 환경성과는 -2조8,920억원으로 집계됐다. 환경공정(-3조6,000억원), 환경 제품·서비스(-8,000억원) 부문에서 부정적인 성과가 도출된 데 따른 것이다. 

◇ 환경성과 지표서 마이너스 성적 “문제 해결 노력할 것”   

이에 대해 김광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위원회 부사장은 “SK가 넷제로(net zero, 탄소제로)와 RE100 선언 등 탄소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네거티브 성과가 지속되고 있다”며 “생산 공정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조업률 변동 영향이 커서 감축 전환의 변곡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너스 요인을 개선해야 SV 성과가 구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성과지표는 1조9,036억원(사회 제품·서비스 8,000억원, 노동 5,000억원, 동반성장 3,000억원, 사회공헌 3,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또 사회 제품·서비스(+76%), 노동(+93%) 분야 성과가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인 반면, 동반성장(-0.07%)은 다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거버넌스 지표는 별도로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광조 부사장은 “거버넌스 지표의 경우, 화폐화 측정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해 성과 중심으로 관리 중에 있다”며 “제도 개선과 핵심 지표 관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거버넌스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측면에서 이사회 독립경영과 운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표 관리 측면에선 핵심적인 관리해야 하는 지수들을 핵심 지표 형태로 선정해 이를 정량·정성적인 형태로 측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토대로 환경 이슈에 있어선 SK가 여전히 문제 유발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사장은 “부정적인 부분은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부분을 늘려서 문제 해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향후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ESG 핵심 지표 관리, 넷제로 실천 등을 통해 부정적인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친환경 미래사업 분야에 대한 활발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지난해 10월 전기차배터리와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세계 탄소감출 목표량의 1%인 2억톤을 감축하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친환경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넷제로는 2030년까지 5,000만톤에 해당한다. 나머지 1억5,000만톤은 EV배터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친환경성 전략투자를 통해 하나하나 쌓아서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회적가치 화폐화 측정 산식과 데이터를 23일부터 그룹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다. 또 SK 각 관계사들은 이날부터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와 산식 등을 사별 홈페이지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SK그룹 측은 다양한 데이터를 이해관계자와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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