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도박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세종공업 오너일가 2세 박정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지 1년 만에 임원 명단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횡령과 배임, 도박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세종공업 오너일가 2세 박정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지 1년 만에 임원 명단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횡령과 배임, 도박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슬그머니 복귀했던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세종공업 오너일가 2세 박정규 부회장이 임원 명단에서 다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규 부회장의 갈팡질팡 행보를 향한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세종공업의 2세 후계구도에 또 한 번 변화가 찾아온 모습이다.

◇ 임원 명단에서 돌연 사라져… ‘갈팡질팡 행보’

지난달 중순 공시된 세종공업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일가 2세 차남 박정규 부회장이 임원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규 부회장은 지난해 사업보고서까지만 해도 부친 박세종 명예회장, 모친 서혜숙 회장, 형 박정길 총괄부회장에 이어 4번째로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직위는 부회장, 담당업무는 업무총괄이었고 미등기임원이었다.

박정규 부회장은 세종공업에 총괄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11월 횡령·배임·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박정규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세정에서 174억8,000여만원을 횡령했고, 자신이 보유 중이던 세종공업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세정에 넘겼으며, 2014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46억원 상당의 상습도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처럼 불미스런 파문을 일으키며 물러났던 박정규 부회장은 세종공업의 지난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슬그머니 임원 명단에 복귀했다. 만기출소일로부터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본지에 과거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등 ‘과거 지우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임원 명단에서 사라진 것이다. 

<시사위크>는 박정규 부회장에 대한 구체적인 인사 내용 및 배경 등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세종공업 측 담당자와 닿을 수 없었다.

한편, 박정규 부회장이 돌연 임원 명단에서 사라지면서 세종공업의 2세 후계구도는 또 한 번 변화를 맞게 됐다. 세종공업은 앞서 오너일가 2세 장남 박정길 총괄부회장과 차남 박정규 부회장이 함께 후계구도를 형성한 바 있다. 

하지만 박정규 부회장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구속돼 세종공업을 비롯한 계열사에서 물러나고, 주요 지분까지 정리해 후계구도에서 밀리는 모양새였다. 박정규 부회장은 세종공업 지분 6.51%를 보유 중인 단일 2대주주였으며, 세종공업 계열사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에스제이원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 중이었다. 그러나 구속 이후 세종공업 지분을 박정길 총괄부회장 등에게 넘기며 모두 처분했고, 에스제이원 지분도 0.93%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규 부회장은 지난해 세종공업 임원으로, 그것도 부회장으로 복귀하며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다시 임원 명단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향후 세종공업 후계구도에서의 입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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