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브로커] 낯설지만 따뜻한 고레에다 감독의 위로
2022. 06. 0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CJ ENM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 분)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분)는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다음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 분)이 아기 우성(박지용 분)을 찾으러 돌아오고,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두 사람은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소영은 우성을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 분)과 후배 이형사(이주영 분)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어느 가족’(2018)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CJ EN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CJ EN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각자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교감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 뭉클한 감동을 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점차 유대감을 느끼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대안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생명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법한 질문을 지며 여운을 안긴다. 

다만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보인 작품들에 비해 깊이감은 다소 얕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작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작위적인 설정이나 직설적인 대사, 인물들 간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 등이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감독의 새로운 연출 방식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눈부신 열연으로 ‘브로커’를 빛난 (왼쪽부터) 송강호‧강동원‧이지은‧이주영‧배두나. /CJ ENM
눈부신 열연으로 ‘브로커’를 빛난 (왼쪽부터) 송강호‧강동원‧이지은‧이주영‧배두나. /CJ ENM

아쉬움을 상쇄하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번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에 첫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긴 송강호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부터 묵직하고 깊은 내면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이끈다. 상현의 파트너 동수를 연기한 강동원은 현실적인 일상 연기로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고, 형사 수진으로 분한 배두나와 이형사 역의 이주영도 제 몫을 해낸다.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건 이번 작품으로 첫 상업 영화 데뷔에 나선 이지은이다. 표정부터 손짓, 걸음걸이 하나하나까지 소영으로 온전히 분해, 더욱 디테일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해낸 것은 물론, 담백하고 담담한 연기로 인물의 다층적인 감정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증명한다.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을 브로커가 거래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아기와의 관계를 통해 ‘엄마가 된다’는 이야기”라며 “버려진 아이들이 태어난 것을 후회하거나, 엄마가 낳은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태어나길 잘한 거야’라고 똑바로 전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브로커’는 ‘생명’에 대한 영화”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29분, 오늘(8일) 개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