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1 03:29
[기자수첩] 엔터테인먼트 업계여, 왕관의 무게를 ‘지켜라’
[기자수첩] 엔터테인먼트 업계여, 왕관의 무게를 ‘지켜라’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2.06.16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들이 소위 ‘딴따라’라 불리고 심지어 천대받던 ‘그때 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한민국이 낳은 배우와 그들이 참여한 작품들, 그리고 아이돌그룹의 노래와 춤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들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와 함께 열악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실적과 기업가치는 탄탄한 중견기업의 위상을 자랑한다. 자연스레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엔 상장사도 여럿 있다. 단순한 상장사도 아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꽤나 높은 위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식회사, 특히 상장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는 주주의 권익이다. 하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상장사의 행보들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

국내 ‘아이돌 산업’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의 ‘찜찜한 거래’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개인사업자’로 설립한 라이크뮤직과 수십 년간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해온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임원 또는 최대주주로서 급여 또는 배당금 등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개인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돈을 챙겨온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행보는 주주들의 거듭된 불만을 야기했고, 특히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폭발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에 아랑곳 않고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정관 변경을 무리하게 추진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역풍을 맞고 백기를 들었으나,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BTS 소속사 하이브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9일 대비 15일 종가가 36.26%나 폭락했다. 특히 지난 15일엔 이미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주가가 전일 대비 무려 24.87%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하이브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등 외부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지난 15일 더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은 BTS 멤버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의 여파가 컸다. 해당 영상에서 BTS 멤버들은 당분간 단체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뜩이나 병역문제로 인해 우려의 시선을 받아왔던 BTS의 이러한 발표는 하이브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유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사람에 따른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우리는 소위 잘 나가던 연예인들이 음주운전이나 실언 등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순식간에 몰락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들을 기틀로 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BTS의 이번 발표는 충분히 그 파급력을 예상할 수 있었다. 팬들의 반응을 넘어 주주들의 권익과 직결되는 주가에 미칠 영향을 말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한 발표가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돌에게 있어 팬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듯, 상장사 하이브에겐 주주와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의 상장사들은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는 등의 각종 문제가 발생할 때, 심지어 언론보도 또는 풍문이 돌때에도 이를 공시로 알리거나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 BTS가 하이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BTS의 이번 발표는 그에 견줄만한 일이다. 

사람의 문제로 인해 상장사로서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가 흔들린 것은 YG엔터테인먼트도 빼놓을 수 없다. YG엔터테인먼트는 수년 전 핵심 소속 그룹이었던 빅뱅 멤버들이 잇단 파문에 휩싸이며 기업가치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연예인들의 위상과 연예인들이 세상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이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단순히 젊은 층의 우상이 되는 것을 넘어 수많은 이들의 권익이 걸린 상장사의 성과 및 가치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좌우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이들을 키워내고, 폼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마찬가지다. 

커진 왕관만큼, 그 무게를 견디고 지키는 것은 우리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명심해야 할 숙제다. 그래야 그 왕관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