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쉐라톤·르메르디앙 및 밀레니엄힐튼 등 주상복합 빌딩 재건축 추진
강남 오피스 공실률 2% 내외, 오피스 임대료 고점 지속… 호텔, 지리적 이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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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호텔들이 코로나19의 직격으로 경영난에 빠져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사진은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호텔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약 2년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이 기간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휴관을 결정한 호텔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매각 절차를 밟은 호텔도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줄줄이 매각된 호텔들은 대부분 주상복합 건물이나 오피스 빌딩으로 재건축 및 용도변경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매각이 이뤄진 서울권 호텔로는 △르메르디앙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등 5성 호텔들이 다수 포함됐으며, 이 외에 △글래드 라이브 강남 △이태원 크라운 관광호텔 △티마크호텔 명동 등도 매각이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에는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이 1월부터 무기한 휴관을 선언했고,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과 수원 인계동의 ‘홀리데이인 수원’도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강남의 중심 청담동에 위치한 ‘호텔리베라 청담’ 호텔도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호텔리베라 청담의 운영사인 신안그룹은 현재 호텔 매각을 위한 관련 자료를 받고 있으며, 이번달 말까지 공개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자 매출에 직격타를 맞은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호캉스 수요로 근근이 버티기도 했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매각이 이뤄진 호텔들은 대부분 주거 및 상업 시설로 탈바꿈을 준비 중이다. 호텔이 상업시설로 변화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과거 르네상스 서울 호텔이 있다.

르네상스 호텔은 서울 테헤란로 한 운데에 위치한 호텔로, 과거 삼부토건에서 운영을 했으나 2010년대 들어 자금난을 겪는 과정에서 호텔은 여러 차례 공매가 이뤄졌고 2016년 건설업체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에 6,900억원에 매각됐다. VSL코리아는 맥킨237PFV를 만들어 2020년까지 오피스와 상업 시설, 호텔 등 총면적 23만8,768㎡의 35층과 37층 건물 2개 동을 짓는 부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후 해당 건물과 대지는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이 2조원에 매수했다. 이렇게 완성된 센터필드 이스트·웨스트 2개동 중 센터필드 웨스트에는 현재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 중인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이 매각된 후 재개발을 거쳐 오피스 빌딩과 호텔로 재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매각이 이뤄진 고급 호텔들도 대부분 이러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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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올해를 끝으로 영업을 중단한 후 2027년까지 재건축을 진행해 오피스 및 상업시설과 호텔을 갖춘 대형 빌딩으로 다시 세워질 예정이다. / 남산=제갈민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해 1조1,000억원에 인수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은 올해 말까지 영업을 한 후 내년부터 건물을 허물고 호텔과 상업시설, 임대 오피스를 갖춘 복합시설을 갖춘 대형 빌딩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27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8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르네상스 호텔의 재건축과 가장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르메르디앙 호텔은 시행사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현대건설이 7,000억원에 인수해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을 준비 중이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을 3,228억원에 인수한 시행사 더랜드도 호텔을 주상 복합 오피스텔로 재건축을 계획 중이다. 다만 앞서 계획했던 오피스텔 규모를 중소형(66~99㎡, 20~30평)에서 보다 넓은 면적(231㎡·70평)으로 설계를 변경해 공급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 서남권의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는 지난해 매각절차를 거쳐 최근까지 호텔을 오피스로 용도변경 및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며, 조만간 ‘디큐브시티 스페이스K’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규모는 지하 8층∼지상 42층으로, 서울 서부권 최대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인근의 금천구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은 주거 시설로 재건축이 진행된다.

대체로 5성 호텔들은 오피스 및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모두 갖춘 빌딩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투자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강남권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7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6.5%지만, 강남권에서는 △논현역 2.1% △강남대로 2.9% △테헤란로 3.8% 수준을 기록했다. 고급인력 확보 및 투자자 접촉이 용이한 강남대로·테헤란로 상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임차수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오피스의 공실률이 2% 내외 수준에 달할 정도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은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인데, 호텔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힌다.

특히 국내 5성 호텔의 경우 지리적으로 상당히 큰 이점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이 알짜배기 땅을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서울역과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남산을 바라보고 있다. 르메르디앙 서울도 신논현역과 도보 5분 내외로 가깝고,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서울 고속터미널역과 인접하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도 신도림역과 이어져 있어 위치적 이점이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오피스 평균 임대료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5년 만에 최고치인 1㎡당 2만2,500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주거·오피스·상업 시설 등과 호텔을 함께 운영하면 운영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호텔 외에 다양한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아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호텔 매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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